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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전라도 할매들의 나눔

by 2mokpo 2015. 12. 16.

조막례 할매의 나눔---
“사람들이 배깥에서 앵두를 따 묵어 싸. 그러문 내가 내다보고 말해.
‘(담밖에)나간 것은 놈의 것이라요. 따 자셔,
안엣놈도 따자셔, 맘대로 따 자셔’ 그래.“
낮은 담장 너머로 앵두나무가 고샅에 가지를 뻗치고 있는 집에 사는 조막례(순천 송광면 삼청리 왕대마을) 할매의 말씀이다..

구례 운조루의 쌀뒤주에 깃든 나뭄의 정신‘타인능해(他人能) 가 놈의 것이라요’

‘맘대로 따 자셔‘ 란 이무로운 일상회화에 너끈히 담긴다.
’뭐이든 갈라묵는’ 그 생활을 평생의 버릇처럼 해왔으리니.
이녁 것 챙기고 이녁 쓸 궁리만 허는 시상에서 아직 보물처럼 지니고 있는 그 마음.
못 나누고 못 주면 외려 짠한 마음이 되고 만다.

 

김경례 할매의 나눔---
“내가 도시로 댕김서 한달간 장사를 한디

‘안 삽니다’하고 문 딱 닫아불문 어디 처다 볼 데도 없어서 우두커니 있다가 그냥 돌아서.
우리 촌에서는 모른 사람이 와도 ‘여그 쪼깨 걸터 앙그시오’

그럼서 걸레로 따끔서 따독따독 앙글 자리를 권허잖여,

물 한 그륵이라도 떠다주고

‘목 마른께 잡수시오’ 권허고 끄니때문 숟가락 한나 더 놓고 식구 맹키로 한 상에 묵고“
김경례(정읍 칠보면 반곡리 벌수마을) 할매는 단언한다.
“많다고 나눈다요, 없어도 나누는 것이 인정이제.”

 

나주 남평장의 어물전 할매의 나눔---
“내 앞으로 지내간 사람이 나보다 짠헌 사람이 많애.

우리는 짠한 사람 오문 한주먹 주고 서운해서 또 한주먹 더줘.

주고자운 맘이 있단 것이 좋고. 줄 수 있단 것이 좋제.”

 

완도 고금리 세동리 3할매의 나눔---
“이런 존 디를 놔두고 어디를가,

짐치만 주물러도 서로 집어묵고 고치장만 담가도 서로 간보고 나놔 묵고.“
“우리 촌골 사람들은 내 것을 내 손에 쥘줄을 몰라.

이런 디는 나놔먹는 디여. 안 아까와, 이리들은 꽉 때래 잠그고 꽉 오물라쥐고 살들 못해.”

 

서의순(정읍 칠보면 반곡리 원반마을) 아짐의 나눔---
“애를 썼는디 딸 것이 없어. 삐둘기가 찍고 꿩이 찍고, 찍어서 싹 빼묵어.

어쪄 갸들은 (농사)지슨 거이 없는디. 묵어야제.”

박형재.김영숙 부부(순천 월등면 계월리)의 나눔
꽤(깨) 널어놨더니 그새 삐둘기가 다 주서묵어 불엇네. 삐둘기 밥상 채려준 폭이여, 허허

 

용정할매(무안군 현경면 용정리)의 나눔---
시집온 그날부터 눈 뜨고 나오면 흙사람으로 살아온 할매다.

이 할매는 “잡사봐!”를 입에 달고 산다.
“누구 지내가기만 해도 들오 오라고 해서 믹여서 보내야 속 씨언해. 넘의 자식도 내 자식이여.”  

 
김귀순할매(담양군 창평면 유곡리)의 나눔---
평생 문 없는 집에 살며 도둑은 딱 한번 들었노라고 하시면서
“숭년 들던 해여, 보릿고개를 못넘고 들왔던 것이제,

곳간에서 보쌀(보리쌀) 한 차두를 내갖고 갔어,

어매라면 이고 아배라믄 지고 갔겄제,

인자 그놈으로 다만 몇 끄니라도 안곯고 묵었겄재,

나놔묵은 폭 댔제.”
“인자 그놈으로 다만 몇 끄니라도 안곯고 묵었겄재”, 하신 할머님의 속 깊은 나눔이 그립습니다.

 

무안 일로읍 죽산리 할매의 나눔---
“우덜은 태어남시롱부터 어매들이 나놔먹는 것을 보고 컸제,

넘 배고픈 사정 알아주고, 근께 그 없는 시상에 그많은 동냥치들이 다 얻어묵고 살았제.”
전라도 닷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