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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읽다가·서평 모음

서울

by 2mokpo 2015. 9. 4.

신영복 지음 담론에서--- 발췌


제가 쓴 글씨 중에 자랑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서울> 이란 작품입니다.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100인 초대전을 개최했습니다.

예술의 전당 서예부장이 전화를 걸어서 출품 요청을 했습니다.

두 번 세 번 전화가 왔습니다만 일단 거절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서울을 주제로 한다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혼자서 고민했습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아예 “서울”을 쓰자, “서”자는 북악산, “울”자는 한강으로 쓰자.

그러고는 여러 가지로 시필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산을 그려서 “서”자로 만들고 “울”자를 강물처럼 썼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다 한시 한 수로 방서를 썼습니다.

 

北岳無心五千年(북악무심오천년)

漢水有情七百里(한수유정칠백리)

 

“북악은 5천 년 동안 무심하고, 한수는 유정하게 700리를 흐른다.”

북악과 한수, 무심과 유정, 5천 년과 700리가 대(對)가 되도록 했습니다.

 

북악은 왕조권력을, 한수는 민초들의 애환을 상징해서 썼다고

해설에서 밝혔습니다.

 

왕조 권력은 권력 투쟁에 몰두하여 백성들의 애환에 무심하지만

한강 물은 민초들의 애환을 싣고 700리 유정하게 흘러간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냥 두기가 아까웠습니다.

해설까지 곁들여 초대전에 보냈습니다.

~중략~

 작품<서울>은 현재 서울 시장실에 걸려 있습니다.

~중략~

지난번 "변방을 찾아서"의 기행 때 시장실을 방문하여 박원순시장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청와대는 북악을 하고 서을시청은 한수를 하는것이 좋겟다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권력 쟁취에 여념이 없더라도 서을시청은 민초들의 애환을 안고 700리 유정하게 흘러가라는 듯이었습니다.

박원순시장도 100% 공감을 보였습니다.

신영복 - 담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