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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읽다가·서평 모음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는 세상-1

by 2mokpo 2015. 11. 12.

함께 걷는 세상
제주교구장이신 강우일 주교의 <함께 걷는 세상>

바오로딸의 수녀님들이 도서 선교 차원에서 지난 10월 홍보주일(?) 선원동성당을 방문했을 때 구입했다.

바오로딸의 수녀님들은 소개하는 대부분의 서적들이 신앙과 관련된 내용이었지만 ​언젠가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마침 기억이 나서 좌판대 에서 이 책을 보고 구입을 했다

​먼 과거로 회귀 하는 듯한 세상, 교회의 최고 성직자인 추기경들의 벌언에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세상에

강우일 주교님의 책이 신선한 느낌까지 주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다가온 글귀를 적어 본다.

 

오늘 예수님이 오신다면 먼저 누구를 찾아가실까?

“믿습니다!”하고 고백하는 우리의 신앙은 옛날 2천년 전에 이스라엘에 이러한 훌륭한 삶을 사신 예수님이

실제로 존재하셨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동의하고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믿습니다!”하고 고백할 때는 예수님의 선택, 딱 한 번 짧은 인생에 온몸을 내던지면서 하신 그 선택,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서 완성하기 위해 가난한 이들과 불의에 억눌려 고통 받는 이들을 선택하신 예수님의 선택을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어가고 그분 삶의 발자취, 궤적을 계승하고 확신하는 데까지 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믿습니다.”하는 신앙고백이 됩니다.--8쪽

 

가톨리 교회는 왜 사회문제에 대해 관여하는가?

어떤 이들은 교회가 왜 정치적인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느냐고 한다.

성직자는 종교적인 일만 하면 되지 왜 전문가도 아니면서 나서느냐고 한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인간의 품위와 존엄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모든 일에 교회는 무관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세상에 있어 인간과 무관한 일이 어디 있는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같은 모든 영역이 다 인간과 직결되는 일이다.

정치든 경제든 과학이든 기술이든 하느님을 닮은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에게 해를 끼치거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데 대해

교회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52쪽
 
우리는 개인적으로 우리 가족과 이웃과의 좁은 관계와 범위 안에서 인간으로서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시민과 국민으로서도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불의한 가치판단과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할 줄 알아야 한다.--69쪽

 

정선 카지노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산 탕진하고 인생 막장을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개인들 몇몇이 모여서 하면 비윤리적인 행위가 정부의 이름으로 공공사업이 되면 윤리적 행위인가?

이런 문제는 국가가 하는 일이니 잠자코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현대사를 돌이켜보면 국회와 사법부가 정부를 견제하거나 감독하는 일을 제대로 수행한 적이 없다.

군사독재 시절에 국회와 사법부는 꼼짝 못하고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

아무도 독재정권이 저지르는 불의에 대해 항의하거나 비판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73쪽

 

김수환 추기경이 나중에 왜 당신이 정치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치인이나 국회의원들에게 여러 기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진실을 말씀하라고 이야기했지만 모두가 다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도 진실을 있는 그대로 국가 통치권자에게 말하지 못하는 무서운 상황이니 나라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싶었다.”--72~73쪽

 

이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 지도자들, 법조인들, 지식인들, 모두 자신들의 사적인 체면과 영광과 욕심에 지배당하는 사람들이다.

교회는 그런 데서 비교적 자유로운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다.

교회가 그런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세상이 잘못된 길을 갈 때 그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고발하는 용기를 갖지 못하면

교회의 예언적 직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에 쓸까,

밖에 버려져 발에 밣힐 뿐이다.”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대로 짠맛을 잃은 소금이 되고 마는 것이다. --76쪽

 

 교회가 4대강 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소리를 높인 것도

‘4대강 살리기’라는 명칭 속에 이 나라 국토 전반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환경 파괴를 초래할 부작용이 감추어져 있음을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잠자코 침묵을 지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하는 일에 동조하는 것이다. --76쪽

 

교회는 세상의 정치‧경제‧사회 모든 문제와 관련하여 정의가 실현되는지 끊임없이 살피고 호소하고 경고하는 예언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시작하려 하신 구원의 현장이다. --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