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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 이야기

이정의 풍죽도,설죽도

by 2mokpo 2014. 12. 18.

 

 

은은함과 강직한 멋, 묵죽화의 대가 탄은 이정


탄은 이정(李霆 1554~1626)은 세종의 현손(玄孫; 손자의 손자)이다.

 시서화에 능했는데 특히 대나무 그림을 잘 그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묵죽 화가로 꼽힌다.

그는 풍죽(風竹), 설죽(雪竹), 우죽(雨竹) 등 다양한 대나무를 화폭에 옮겼다.

그의 묵죽화는 절제 속에서 긴장과 생동감이 조화를 이루고 명암의 대비가 두드러지며

마치 서예의 획을 보여 주는 듯 힘이 넘치고 아름답다.

탄은 이정의 <풍죽도>는 어몽룡의 월매도와 함께 오만원권 지폐의 뒷면 배경그림으로 채택되었다.


겨울의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곱게 피어난 아름다운 매화(梅花),

척박한 땅에서도 고운 자태와 멀리 퍼지는 그윽한 꽃향기를 지닌 난초(蘭草),

늦가을의 서리를 이겨내고 소담스럽게 때로는 화사하게 자신을 피우는 국화(菊花),

연약해 보이지만 바람에 흔들려도 결코 꺾이지 않는 절개를 가진 대나무(竹).

이 네 가지를 소재로 한 그림이 바로 사군자화(四君子畵)다.

선비들은 이 네 가지에서 군자의 도리를 찾았고,

문인들은 ‘문자의 시작은 그림의 형상과 같다’는

서화동법(書畵同法)을 통해 사군자를 시·서예·그림에 담아왔다.

 그 중에서도 곧게 자란 대나무가 지닌 자연의 멋을 표현한 묵죽화(墨竹畵)는

불교를 국교로 했던 고려 때부터 고승과 사대부들이 청빈함과 절개를 지키려는 의미로 즐겨 그렸다.

유교가 중심이 된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선비가 지켜야 할 정신과 곧은 마음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었다.

 

<설죽도〉이정, 견본수묵, 30.3 X 35.5cm, 간송미술관 소장
묵죽화의 대가인 탄은 이정(灘隱 李霆, 1554~1626)

조선시대 중기, 선조에서 인조로 이어지는 기간에 활동했다.

이 시기에는 임진왜란, 병자호란과 사색당쟁으로 인한 정치적 어려움이 있던 때라

사대부들은 글과 그림으로 심신을 달랬다.

초기의 묵죽화에서는 필법에 따르는 의식적 표현이 보였다면,

이정의 묵죽화는 바람을 타는 풍죽(風竹),

눈 맞은 설죽(雪竹),

이슬 맞은 노죽(露竹),

새로 파릇하게 나온 신죽(新竹) 등

대나무의 형태를 관찰해 회화성과 서예성을 조화롭게 살렸다.

탄은 이정은 자연의 생동감을 수묵(水墨)으로 잘 표현한 조선시대 가장 뛰어난 ‘대나무 화가’였다.

그의 독자적 화풍은 후대까지 많은 영향을 주었고,

화원을 선발할 때도 시험과목 중에서 묵죽에 가장 높은 가산점을 줄 정도로

대나무 그림은 보편적이고 인기가 있었다.  

국문학자 조윤제는 ‘은근과 끈기’라는 수필에서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자연의 미처럼 은근하고 끈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은근함은 여운이 있어 내내 향기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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