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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읽다가·서평 모음

김훈 자전거 여행에서---

by 2mokpo 2014. 12. 5.

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 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

숲속에서 시간은 낡지 않고 시간은 병들지 않는다.

숲은 안식과 혁명을 모두 끌어안는 그 고요함으로 신성하다

숲의 신성은 마을 가까이에 있고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

나무들은 뚝뚝 떨어져서 자리잡고 그렇게 떨어진 자리에서 높아지는데

이 존엄하고 싱그러운 개별성을 다 합쳐가면서 숲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숲은 가까워야 한다.

숲의 시간은 헐겁고 느슨하다.
숲의 시간은 퇴적의 앙금을 남기지 않는다. 숲의 시간은 흐르고 쌓여서 역사를 이루지 않느다.

숲의 시간은 흘러가고 또 흘러오는 소멸과 신생의 순환으로서 새롭고 싱싱하다.

숲의 시간은 언제나 갓 태어난 풋것의 시간이다.

사람이 숲을 사람 쪽으로 끌어당기려 할 때 숲은 사람을 숲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인데 이 밀고 당기기속에 위안은 있다.

산다는 일의 상처는 개별성의 훼손에서 온다

숲은 마을 숲이 가장 아름답다

산이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그 정화된 마음으로 다시 현실을 정화시킬 수 있을 때 산은 아름답다

퇴계의 산은 이 세상의 한복판에서 구현되어야 할 조화의 산이다.

마음 속으로 산을 품고 내려오려 해도 산은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다.

김훈지음 자전거 여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