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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교육복지 논란은 기회

by 2mokpo 2014. 11. 13.

새정치민주연합을 보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snafu(스내푸). 이 단어의 뜻은 혼란상태다. 2차대전 때 생긴 단어다.

‘situation normal, all fucked up’의 준말이다. ‘상황은 정상이지만, 모든 것이 엉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외형상 정상을 되찾은 듯하다.

 

그런데 위기라는 단어는 사라졌으나 위기의 본질적 요소들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엉망진창이다. 바꾸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뭔가 이루려고 하는 게 정치라면 전략이 그 핵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과거지향적이고 상호모순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에 새롭게 제기한 이슈가 이른바 ‘사자방’이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실정이나 부패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때려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략하는 ‘이이제박’(以李制朴)의 카드일 수는 있다.

그럼에도 지금 유권자의 정서나 이해 또는 선호를 고려할 때 주변 이슈(side issue)일 뿐 핵심 의제가 되기 어렵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헌에 적극적이다.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거부함에 따라 야당으로선 개헌의 파트너를 친이로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직접적 제어권에 들어 있는 친박이나 지도부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친이에게 그나마 운신의 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자방 국조를 하려면 친이와 각을 세워야 하고, 개헌을 하자면 그들과 연대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집중해야 할 어젠다는 교육복지, 초이노믹스 등이다.

호오를 떠나 지금의 보수는 지난 대선 때 취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듯하다.

 

무상급식을 거부하는 ‘오세훈 노선’으로 회귀하려는 흐름도 엿보인다.

추측건대,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시·도교육감이 대거 등장한 데에 따른 대응전략으로 풀이된다.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를 순순히 늘려줘봐야 진보 교육감들만 좋아진다는 판단,

교육에서 진보 어젠다가 득세하면 향후 선거에서 밀리게 되니 차제에 막자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교육복지 어젠다는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로서 당분간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의 주요 전장이 될 수밖에 없다.
초이노믹스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실세인 최경환 부총리가 재정을 쏟아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플랜이 초이노믹스다.

특히 부동산경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초이노믹스는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효력을 발휘했다시피 현 정부가 사활을 걸고 밀어붙여야 할 중추 프로젝트다.

결국 관건은 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초이노믹스가 기대했던 효과보다 가계부채 증가, 전셋값 폭등 등 부작용만 낳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문제에 전면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으레 하던 대로 ‘안 된다’고 반대만 해서는 곤란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생각하는 대안을 담대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 대안을 통해 정부·여당의 그것을 효과적으로 비판하고, 서로 어떻게 다른지 선명하게 차별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홍종학 의원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발상을 공세적으로 제기한 건 괜찮은 시도다.
전략은 이슈의 설정 또는 프레임을 통해 구현된다.

 

전략은 하나하나의 전투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지향해야 한다.

따라서 당장은 명쾌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하게 밀어붙여야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렇게 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해야 할 일을 안 하면 패한다는 사실이다.
자료 : 한겨레 신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