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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정원의 꽃과 나무 이야기

투구꽃

by 2mokpo 2010. 10. 12.

 

 

꽃의 모양이 투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자라면서 아주 조금씩 옆으로 움직이는 꽃 이다.

 뿌리가 한해동안 제 몫을 다하고 썩어 버리면

다음해 그 옆 덩어리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 나니

그 만큼 옆으로 이동 한 셈이다. 

 

 

투구꽃

                                                                                    최두석

 

사노라면 겪게 되는 일로

애증이 엇갈릴 때

그리하여 문득 슬퍼질 때

한바탕 사랑싸움이라도 벌일 듯한

투구꽃의 도발적인 자태를 떠올린다

 

사노라면 약이 되면서 동시에

독이 되는 일 얼마나 많은가 궁리하며

머리가 아파올 때

입술이 얼얼하고 혀가 화끈거리는

투구꽃 뿌리를 씹기도 한다

 

조금씩 먹으면 보약이지만

많이 넣어 끓이면 사약이 되는

예전에 임금이 신하를 죽일 때 썼다는

투구꽃 뿌리를 잘게 잘라 씹으며

세상에 어떤 사랑이 독이 되는지 생각한다

 

진보라의 진수라 할

아찔하게 아리따운 꽃빛을 내기 위해

뿌리는 독을 품는 것이라 짐작하며

목구멍에 계속 침을 삼키고

뜨거워지는 배를 움켜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