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모양이 투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자라면서 아주 조금씩 옆으로 움직이는 꽃 이다.
뿌리가 한해동안 제 몫을 다하고 썩어 버리면
다음해 그 옆 덩어리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 나니
그 만큼 옆으로 이동 한 셈이다.
투구꽃
최두석
사노라면 겪게 되는 일로
애증이 엇갈릴 때
그리하여 문득 슬퍼질 때
한바탕 사랑싸움이라도 벌일 듯한
투구꽃의 도발적인 자태를 떠올린다
사노라면 약이 되면서 동시에
독이 되는 일 얼마나 많은가 궁리하며
머리가 아파올 때
입술이 얼얼하고 혀가 화끈거리는
투구꽃 뿌리를 씹기도 한다
조금씩 먹으면 보약이지만
많이 넣어 끓이면 사약이 되는
예전에 임금이 신하를 죽일 때 썼다는
투구꽃 뿌리를 잘게 잘라 씹으며
세상에 어떤 사랑이 독이 되는지 생각한다
진보라의 진수라 할
아찔하게 아리따운 꽃빛을 내기 위해
뿌리는 독을 품는 것이라 짐작하며
목구멍에 계속 침을 삼키고
뜨거워지는 배를 움켜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