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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 사조 명화

꽃그림화가 노숙자(제비꽃)

by 2mokpo 2010. 1. 12.

 

 

이 꽃은 이른 봄 갓 부화된 병아리처럼 귀엽다고 하여 병아리꽃,

어린 잎은 나물로 먹기때문에 외나물이라고도 부릅니다.

또 꽃 모양새가 씨름할 때 장수 같다고 하여 씨름꽃 또는 장수꽃(강원도),

그 외 봉기풀(함경도)이라고도 한답니다.

 이름도 많고 종류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꽃은 이런 이름보다도 더 이질적이면서 엉뚱한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랑캐꽃이라는 이름 입니다.

오랑캐는 옛날 두만강 근방에 살던 겨레들(특히 여진족)을 가리키지만

중화(中華)에 대해 주변에 살던 미개한 종족을 멸시하는 말로 사용되면서

부정적 어휘로 쓰이는데 오랑캐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조선의 각 고을에서 이 꽃이 필 때 북쪽의 오랑캐 무리들이 쳐들어왔다고 해서 붙었다는 설이요,

또 하나는 꽃모양이 머리태를 드린오랑캐의 뒷모습과 닮았다 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뒤쪽 설과 관련된 시도 있다.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띠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 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백 년이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도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들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줄게

울어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이용악, 「오랑캐꽃」(1947)

  ~~~~~~~~~` 

서러운 꽃 이름이 어디 이뿐이랴. 김명수 시인은 그 서러운 꽃들을 이렇게 노래했다.

 

우리나라 꽃들에겐설운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바람불?쓰러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꽃들에겐(1연)

 

그러나 그 꽃들이 모여 이룬 터전은 결코 서럽지 않다.

이왕 모양 때문에 밉살스런 이름을 가진 꽃 이야기를 했으니 모양에 따라 재미있는 이름을 지닌 꽃을 찾아보자.

한 겨울에 봄꽃이 기다려 지는 마음 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담아본 <남산제비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