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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한국화가)

이암(모견도)

by 2mokpo 2009. 7. 18.

 

 

조선시대(16세기중기) 이암의 작품 <모견도(母犬圖)>는 긴 꼬리를 늘어뜨리고 의젓하게 엎드려 있는 어미 개와 어미 개의 품 속을 파고드는 세 마리 강아지의 천진스러운 모습을 매우 정겹게 그리고 있다. 어미 개의 표정에 여유가 있고 품 속 강아지들은 포근함을 느낀 듯 눈을 감거나, 어미 개를 향해 또렷이 응시하며 바라보는 표정이다.

나무 아래에는 중국 청동기 솥 모양의 도장과 정중(靜仲)이라는 이암의 자를 새긴 음각 도장이 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 어미개와 강아지가 앉아 잇다.

몸에 검은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어미 개는 자기 품으로 파고드는 강아지를 사랑스러운듯 두 발로 끌어안고 있다.

앙증맞게 생긴 흰둥이와 검둥이는 어미젖을 찾느라 정신이 없고 누렁이는 어미 등에서 살포시 잠들어 있다.

바라만 보아도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나뭇잎이 무성한 걸 보니 한 여름임을 알 수 있고, 어미개가 나무 그늘을 밑에 누워 있는 걸 봐도 한여름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렇게 무더운 한 여름은 아닌 것 같다. 만약 무더운 여름이었다면 어미 개나 새끼 개들 모두 혀를 빼물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개들이 그늘을 찾을 정도의 날씨라면 아마도 이제 막 초여름으로 접어든 계절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내가 맨 처음 모견도를 보고 내지른 탄성이 그랬다. 어미 개의 눈길은 둥글둥글 아련하고,

어미 개 밑에서 장난치는 강아지들의 눈은 땡글땡글 귀엽고 영리하다. 어미 개의 등 위에 있는 약간 회색빛이 나는 강아지는 장난을 치거나 말거나 그런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잠자고 있다. 쌔근쌔근. 마치 회색 강아지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밑에서 장난을 치는 흰둥이와 검둥이 강아지들의 장난에 어미 개의 빨간 목줄에 달려 있는 방울이 조금씩 흔들려 잘랑잘랑 소리도 간간이 들리는 듯하다. 사악사악 바람결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그런 새끼들을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다정한 눈으로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어미 개의 눈길이 참으로 신기하였을 것이다.

개도 사람과 다름없다는 것이. 어미가 제 새끼들을 보듬고 받아주고, 그런 어미 개를 믿고 맘껏 장난치고 있는 새끼들을 보니

 

이암은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 이구李?(1418~1469)의 증손자로, 자는 정중(靜仲)이다.

조선조 초기의 영모화가(翎毛畵家)로 기록에 의하면 매 그림에 능했다고 하나 현존하는 작품들은 이와 같은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화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