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질빵은 초록의 잎을 배경으로 자그마한 꽃대가 쑥 올라오면서
동전 크기만 한 상앗빛 꽃들이 무리 지어 핀다.
하나하나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독특한 모양을 갖는다.
꽃받침이 변한 네 장의 꽃잎 위에 같은 색의 가느다란 수술이 뻗어 있다.
이런 꽃수백 수천 송이가 모여서 이루는 사위질빵 꽃무리는
자칫 단순해지기 쉬운 여름의 초록바다를 풍요롭게 하는 악센트다.
흔히 주변에서 만나는 사위질빵은 굵은 덩굴이 잘 보이지 않아
1년짜리 풀 덩굴이려니 하고 생각하기 쉬우나
회갈색의 굵은 덩굴이 만들어지는 나무덩굴임에 틀림없다.
북한 사람들은 느낌대로 그냥 ‘질빵풀’이라고 했다.
나무 이름인 사위질빵에는 숨겨진 깊은 뜻이 있다고 한다.
질빵은 짐을 질 때 사용하는 멜빵을 말하므로 사위의 멜빵이 된다.
한편 비슷하게 생긴 덩굴로 할미밀망이 있는데, 할미질빵, 혹은 할미밀빵이라고도 부른다.
이를 두고 임경빈 교수는 재미있는 풀이를 하고 있다.
사위질빵은 덩굴이 가늘고 약하여 큰 짐을 옮기는 멜빵으로 부적합하고,
할미밀망은 덩굴이 굵고 튼튼하여 무거운 짐을 나르는 데 제격이다.
귀한 사위가 힘든 일을 하지 않도록 지게의 멜빵끈을 끊어지기 쉬운 사위질빵으로 만들어
조금씩 짐을 나를 수 있게 한 반면에
항상 들볶아대는 ‘얄미운 사람’인 시어머니에게는
튼튼한 할미질빵으로 멜빵끈을 만들어 골탕을 먹였다는 해석이다.
사위질빵은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는 낙엽 덩굴나무로
잎자루마다 잎이 세 개씩 달리는 3출엽이며 마주나기로 달린다.
갸름한 작은 잎은 끝이 뾰족하고 깊이 팬 톱니가 드문드문 있다.
가을까지 꽃이 피며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들어 있다.
열매가 익어 가면 작은 씨앗 끝에 흰 깃털이 호호백발 할머니의 머리카락처럼 짧게 밑으로 처진다.
여기에는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서 ‘아들딸 낳고 잘 살라’는 선조들의 음덕이 배어 있다.
줄기는 한방에서 ‘여위(女萎)’라 하여 열이 날 때나 부종, 설사 등에 사용했다.
사위질빵은 집안이 벌족이라서 사촌들만 해도 수십 종이다.
할미밀망, 사위질빵 등 잎에 커다란 톱니를 가진 부류와
위령선, 으아리 등의 톱니가 없는 부류가 있고,
종덩굴 종류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 외에 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주먹만 한 하얀 꽃을 달고 있는
큰꽃으아리가 있다.
사진 7월30일 뱀사골에서---
박상진 우리나무의 세계에서 1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