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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이후 --/살아가는 이야기

담양생활 2년

by 2mokpo 2018. 5. 28.

담양 생활 2년째

2016526일에 이사 왔으니까 2년 되었습니다.

 

우리 집은 담양 용면 면사무소 삼거리(이정표-추성삼거리)에서 복흥 방면으로 약 500m 정도 가다 보면

오른쪽 언덕에 있는 마을 <자연 두메마을>입니다.

 

집 옆쪽 아래에는 논과 밭이 펼쳐져있고 앞으로 툭 트인 먼 곳에 무등산이,

뒤에는 추월산이 우뚝 서 있는 곳입니다.

이웃마을에는 농촌 사람들이 주로 곡식농사를 짓고 있지만 주변에는 비닐하우스에 딸기농사,

블루베리농사를 짓기도 하며

울집 마당에는 가끔 들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며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엔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이름 모르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립니다.

특히 5월이라 검은등뻐꾸기(홀딱벗고새)가 재미나게 울고

개구리 울음소리도 평화롭습니다.

 

마당과 텃밭에는 이름 모른 곤충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정원의 꽃들에는 몇 종의 나비들과 벌이 오고 가고 합니다.

어제는 무당벌레 우화과정을 보았습니다.

 

텃밭에는 고추, 가지, 상추, 열무 등

2식구가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이것저것 심어 가꾸어 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래도 부족한 다른 채소는 이웃집 텃밭에서 따다 먹습니다.

이는 아내의 몫이며 난, 가끔 뭘 갖다 달라고 하면 총알 배송 일을 하기도 합니다.

 

마당 가운데는 잔디밭과 그 주위에 사과, 매실, , 앵두 등

과일나무 몇 그루와 정원이 있습니다.

이웃과 경계하는 곳 한쪽엔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그 아래 소나무 둘레로 둥그렇게 꽃 잔디가 심겨 있습니다.

화살나무, 산딸나무도 올봄엔 꽃을 피웠습니다.

 

올봄, 장날 사다 심은 비파나무와 황칠나무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특히 백일홍나무를 직접 농장에 가서 찜해 와서 심었는데

아주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잎을 건강하게 피워내니 몹시 흐뭇합니다.

 

2년을 살면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은 점은 고층건물이 없고

마을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이웃이 좋습니다.

우편물 배달하신 분이나 전력사용량 검침원을 볼 때면

서로 인사를 한다는 것도 나로서는 아주 좋습니다.

 

때로 밤하늘의 별을 볼 때면 우주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전원생활의 재미 중 한 가지는 창문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시시각각 맛볼 수 있습니다.

작년보다 비가 많이 내린 올봄엔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차 한잔하는 여유로움도 좋습니다.


이럴 땐 나이가 들어서인지 뽕짝이나 70년대 팝송을 크게 틀어놓고 듣습니다.

이곳에서 두 번째 맞이한 봄이 익어가는 5월입니다.

봄기운은 이미 구석구석 스며들었고

엊그제 돋아난 새싹들은 벌써 종족보존을 위해 힘찬 날갯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창밖으로 눈이 갑니다.

이른 아침 초목들의 모습에서 평화스러움을 느끼며 하루하루 다르게 느껴지는 나뭇잎을 봅니다

며칠 전부터 흰붓꽃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습니다.

평생 행복하려면 정원을 가꾸라라는 중국속담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일을 하였지만 하기 싫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시간은 돈이라는 현대인의 경제적 이론을 벗어나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2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와서 정원에 야생화를 키워보고 싶어 씨를 뿌렸는데

몇 종을 제외 하고는 소식이 없습니다.

 

두 번째 봄을 맞이한 올해는 몇 그루 나무들도 다시 옯겨 심고

다른 분들에게서 선물로 받은 나무도 정원에 심었습니다.

이사 오고 나서부터 2년은 더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85세까지는 살고 싶어집니다.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오래 살려고 지나친 노욕으로 비칠까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올해 어린 가지에서 한 송이 피워낸 라일락의 향기에 취해보고 싶고

모과나무 열매도 수양홍도의 멋스러운 쳐짐도

고광나무, 병아리꽃나무의 하얀 꽃과 함박꽃나무의 탐스러운 꽃과 향기도 맡고 싶어집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리겠지요.

꽃모종을 나눔 해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느끼며

나도 꽃모종 나눔을 하려면 4~5년은 지나야 하겠지요.

 

이른 봄에 선물 받은 함박꽃나무도

늦은 추위에 손상된 부분을 재생시키고 힘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동해를 입었던 동백도 새순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어제는 작년 가을 옮긴 2그루의 매실나무 중 한그루에서 이제야 새싹을 피워 냅니다.

나머지도 기다려 보렵니다.

 

따사로운 빛을 배경 삼아 흙을 제치고 올라온 미세한 새싹들의 합창제가 4월로 끝나고

 5월의 봄은 짙어가는 푸르름으로 우리 정원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잔디 깎은 풀로 퇴비를 만들어 보려고 텃밭 한쪽을 파고

건축 후 남은 널판자로 퇴비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작년에 얻어둔 왕겨와 동네 길가의 썩은 낙엽과 요소비료와 물을 뿌려 밟아두고

아직 비닐은 덮지 못한 상태입니다.

말이 퇴비장이지 어린아이들의 소꿉장난 모래 무덤 정도입니다.

 

설레는 마음과 새로움이 있는 이런 봄날이 좋습니다.

 

국화 꺾꽃이도 처음 해 보았습니다.

38년을 살아왔던 곳에서 계속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를 생각해 보면

현재의 이곳 생활보다 훨씬 답답했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생활방식도 크게 변하지 않았을 거고 내 주장을 쉽게 철회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곳생활 2년이 지난 지금은 호미 드는 게 일상화되었고

정원을 가꾸면서 생명체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며 때로는 벅찬 감동에 사로잡힙니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쉼터를 잡고서 2년이 된 지금에서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때로는 힘이 들 때가 있었지만

달콤한 커피 한잔과 조용한 어둠과 별빛과 술 한 잔이 있어 좋았습니다.

 

2년 동안 인생관과 가치관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제 크게 힘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깨 심는 시기는 아카시 꽃이 필 때 해야 한다

시골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보면서 하루하루 살다 보면

에덴동산을 꿈꾸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뒷짐지고 마당을 거닐며 아내와 마을길 산책할 날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