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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식물도 간접흡연

by 2mokpo 2015. 4. 14.

 

밀폐 온실서 담배 11개피 연기 맡은 서양박하, 하루 뒤 잔류 니코틴 1000배로
뿌리로도 니코틴 흡수 확인, 유럽연합은 꿀벌 붕괴 등 우려 니코틴 계 농약 금지

 

 


 연기가 싫은 사람을 피해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지만 식물도 간접흡연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김태형 기자

 

공기 속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는 식물을 집안에 널리 기른다.

같은 방식으로 담배연기에 들어있는 니코틴을 식물이 흡수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실제로 독일 연구자들이 온실에서 서양박하에 담배 11개비에서 뿜어낸 연기를 노출했더니

 하루 뒤 유럽연합이 정한 잔류 허용량의 1000배가 넘는 니코틴이 잎에서 검출됐다. 식물도 간접흡연을 겪는 것이다.
물론, 니코틴을 흡수한다고 해서 식물이 폐암에 걸릴 리 없고 별다른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니코틴이 꿀벌, 사람 등 생태계에 퍼져나갔을 때 끼칠 악영향이 문제가 된다.

 


 담배 등 식물이 만드는 알칼로이드인 니코틴 성분이 꿀벌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식물의 '간접 흡연'이 주목되는 이유의 하나이다. 사진=Lip Kee, 위키미디어 코먼스

 

유럽연합은 2009년 불확실성이 있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니코틴이 들어간 모든 살충제의 사용을 금지했다.

최근 두드러진 꿀벌 집단의 붕괴 배후에 니코틴 계열의 살충제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니코틴 성분은 꿀벌에 강한 잔류독성을 나타낸다.
유럽연합의 금지 조처 이후 유럽 각국이 식품 속에 들어있는 니코틴 함량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니코틴이 향료, 허브차, 약재 등에서 고농도로 검출됐다.
처음엔 니코틴 농약을 불법 사용해 그런 것으로 의심했지만 철저히 관리된 곳에서도 니코틴이 나왔다.

디르크 셀마 독일 브라운쉬바이크 공대 식물학자 등은 니코틴이 담배연기와 담배로 오염된 토양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실험에 나섰다.

 


» 버려진 담배 꽁초의 니코틴은 근처 식물이 흡수할 수 있다. 사진=지유석


실험결과는 과학저널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농학> 최근호에 실렸다.

 실험에 쓸 서양박하의 잎은 니코틴에 노출되기 전에

이미 0.03ppm(ppm은 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의 니코틴 함량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식물이 뿌리를 통해 니코틴을 흡수하는지도 실험했다.

화분 흙 표면에 담뱃가루 0.1g을 뿌리고 거름종이로 표면을 밀폐한 뒤 그 위로 물을 주었다.

이렇게 9일이 지난 뒤 잎 속 니코틴 함량을 재어보니 0.15ppm으로 처음보다 5배로 늘었다.
또 뿌리는 담배 양을 1g으로 늘린 실험에서는 처음의 무려 5만 배인 1500ppm의 니코틴이 검출됐다.

뿌리로 흡수한 니코틴은 잎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대사를 통해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사과정을 통해 식물체 내 니코틴은 1주일 뒤 처음의 3분의 1로 줄었다.

 


서양박하의 뿌리를 통한 니코틴 흡수 실험.

왼쪽 위부터 시판 중인 담배 가루를 화분 흙 표면에 뿌리고 종이 거름종이로 밀폐한 뒤

이틀에 하루꼴로 물을 준 뒤 식물 잎의 니코틴 함량을 측정했다.

사진=디르크 셀마 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농학>


한편, 담배라는 식물이 만든 알칼로이드인 니코틴이 다른 식물로 전달된다는 이번 연구의 결과는

식물의 ‘타감작용’을 달리 이해할 단서를 제공한다. 이제까지 타감작용은 예를 들어,

소나무가 다른 식물이 곁에서 싹트지 못하게 억제하는 물질을 배출하는 등 특수한 기능을 가진 물질을 가리켰다.
그러나 죽은 담배의 니코틴을 서양박하가 흡수하는 식으로 알칼로이드가 수평적으로 전달된다면,

 이제까지 설명하지 못했던 작물 돌려짓기나 섞어짓기의 효과를 해명할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한겨레 신문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