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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봄꽃을 만나러 가시거들랑 예의를 갖춰주세요

by 2mokpo 2014. 3. 16.

겨울이 가고 있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인지, 봄이 오니 겨울이 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둘의 조화겠지요.

갈 것은 가야할 때를 알았고, 올 것은 와야할 때를 알았던 것이겠지요.

오고 감의 시간을 알지 못하고, 가야할 때 가지 않으려 하고, 와야 함에도 오지 않으면 추하겠지요.

 

그렇게 갈 것은 가고 올 것이 왔습니다.

겨울이 가니 너도바람꽃이 피어났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피어난 듯합니다.

최소한 10일 전에는 피어난 듯, 이미 한창 때가 지난 꽃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아픈 것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바탕 지나간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습니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지만 최대한의 예의를 지켜줘야 할 터인데, 여기저기 낙엽을 긁어내고,

그 자리에도 없던 조형물들을 갖다놓고 연출을 한 흔적들까지 다양합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피어있는 너도바람꽃.

바람에 흔들리고 사람들에게 시달리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피워냅니다. 비록 꺾이고 밟히는 순간이라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꺾여버리고, 짓밟힌 꽃이라도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움이란 단지, 예뻐서가 아니라 그 삶이 꿋꿋하기 때문에 오는 아름다움입니다.

 

올해 숲에서 만난 첫번째 꽃 '너도바람꽃'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편치많은 않았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그들을 좋아한다는 이들에게서 많은 상처를 받은 꽃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야생화를 좋아해서 10년 이상 그들을 만나면서 나름 지키고자했던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야생화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른 봄에 피는 작은 꽃들의 경우에 촬영을 위해 낙엽 등을 주변에서 제거하는 일은 추운 날, 아이의 옷을 벗기는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그냥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2. 야생화는 그곳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소유하고 싶은 욕심에 야생화를 캐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이 닿은 순간부터 야생미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혹시라도 굳이 가까이에서 키우시려면 가까운 야생화농원에 가시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3. 야생화탐사를 할 때는 조심조심 걷습니다.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들풀입니다마는 그래도 조심조심 걷는 것이 예의겠지요.

   그래도 돌아서면 밟힌 꽃들이 있으니 늘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걸어주세요.

 

4. 야생화 탐사를 가실땐 가급적이면 홀로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꽃을 보면서 명상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단순히 그를 만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들어야 제대로 꽃을 본 것이겠지요.

 

5. 희귀종이나 보호종을 만나셨다면 그곳은 혼자만 알고 계세요.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도나도 그 꽃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으면 훼손되는 것은 금방이거든요.

 

6. 남들이 다니는 곳보다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세요. 야생화 사진은 같은 사진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같은 꽃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담고 싶다면 남들이 만나지 못한 모델을 찾는것도 중요하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예의를 갖추고 그들을 만납니다. 그래도 저 때문에 그들은 아프겠지요.

    사실, 꽃은 그들을 좋아하는 이들에 의해 더 많은 아픔을 당합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봄입니다.

이제 곧 지천으로 꽃들이 피어나겠군요.

그들과 친구가 되는 일,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는 인식,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면 그들도 우리 곁에서 멀리 도망가지 않을 것입니다.

오마이 뉴스에서 퍼온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