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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할 길 --/곤충 이야기

사마귀 수컷의 치명적 사랑, 토종보다 외래 암컷

by 2mokpo 2013. 12. 5.

 

뉴질랜드 토종 사마귀 수컷, 안전한 동종보다 치명적 외래종 암컷 선호

외래종 성호르몬이 생태계 교란 사례, 세계 다른 곳에서도 벌어질 가능성

 

뉴질랜드 토종 사마귀 수컷(왼쪽)이 잡아먹힐지도 모르고 남아프리카 외래종 암컷에게

짝짓기를 하려고 접근하고 있다. 사진=머레이 피, <바이올로지 레터스>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매력적인 여성을 일컫는 ‘팜 파탈’을 곤충에 적용하면, 곤충계의 ‘팜 파탈’은 사마귀와 거미 가운데 적지않다.

사마귀 암컷은 짝짓기를 마친 뒤 수컷을 맛있게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랑을 나눈 뒤 잡아먹는 습성이 없는 사마귀와 동종포식을 일삼는 사마귀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이 문제는 오랜 세월 고립돼 고유종이 많은 뉴질랜드에선 흥밋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뉴질랜드에는 세계에서 이 나라에만 있는 사마귀가 있는데, 이들은 동종포식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1978년 남아프리카로부터 그런 습성이 있는 사마귀가 유입됐다.

이 외래종은 갈수록 퍼져나갔고 토종 사마귀는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

 

 

 

» 세계에서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사마귀 암컷. 동종포식을 하지 않는다.

사진=브라이스 맥퀼리언, 위키미디어 코먼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두 종의 사마귀를 기르면서 실험한 결과 토종 사마귀가 사라지는 유력한 이유를 찾아냈다.

바로 ‘팜 파탈’ 탓이었던 것이다.

 

사마귀 암컷은 성호르몬인 페로몬을 공중에 발산해 수컷을 유혹한다. 그

런데 다른 종이면서도 페로몬의 화학조성이 비슷한 경우가 있다. 뉴질랜드 사마귀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됐다.

 

 

 

» 뉴질랜드에 유입된 남아프리카 사마귀.

동종포식을 하며 페로몬이 토종의 것과 비슷하다. 사진=토니,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우선 토종 사마귀 수컷에게 외래종 암컷 사마귀의 페로몬과 그냥 공기를 보내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실험했다.

수컷 16마리 가운데 12마리가 외래종 암컷의 냄새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동족 암컷의 페로몬과 외래종 암컷의 페로몬 가운데 선택하도록 했더니,

13마리 가운데 11마리가 치명적인 외래종 암컷의 성호르몬이 풍기는 곳으로 갔다.

 

남아프리카에서 온 사마귀 수컷도 암컷에게 잡아먹히지만 그 비율은 39.1%에 그쳤다.

그러나 뉴질랜드 토종 사마귀 16마리 가운데 11마리(68.8%)가 외래종 암컷의 밥이 됐다. 토종의 사망률이 훨씬 높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외래종이 먹이사슬뿐 아니라 성호르몬을 통해서도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음이 확인됐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사실 뉴질랜드 토종 사마귀는 이중의 타격을 입는다.

수컷의 사망률이 높아 토종 암컷의 번식이 지장을 받을뿐더러, 설사 잡아먹히지 않더라도 암컷 사마귀의 페로몬은 공중에 널리 퍼지기 때문에

외래종 암컷 주변에 토종 수컷이 몰려들어 토종 암컷은 짝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다.

 

 

» 짝짓기를 마친 뒤 성공적인 산란을 위해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 암컷. 사진=올리버 쾨멀링,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마귀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것은 그 영양분을 섭취해 더 충실한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며,

이런 포식성이 강한 암컷일수록 번식률이 높아 자손을 많이 남긴다. 그런 형질이 강화되는 것이다.

 

반대로 수컷은 암컷의 이런 행동을 회피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안타깝게도 뉴질랜드 사마귀 수컷은 잡아먹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회피행동을 진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선 사마귀를 잘 먹이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보다 암컷의 식욕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어,

실제 자연에서 토종 사마귀가 외래종 암컷에 잡아먹힐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외래종에 의한 성호르몬 교란 현상이 뉴질랜드 이외의 세계 다른 지역 생태계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수컷 사마귀가 치명적 암컷에게 더 끌리는 건 뉴질랜드 종의 사례여서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자료출처 : 한겨레 2013 11 2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