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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할 길 --/자연, 환경, 숲

"기후변화 회의"에 큰 기대 못거는 이유

by 2mokpo 2013. 11. 13.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9차 당사국총회(COP19)가 11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막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해마다 전세계 195개 협약 당사국의 장관급 대표단과 국제기구, 민간단체 대표 등 1만명 이상이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최대 규모의 국제 기후회의다.
현재 기후변화 협상의 가장 큰 의제는 2020년 종료되는 지금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들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우는 교토의정서 체제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대신, 2020년 이후부터 모든 국가들에 적용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2015년까지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2015년까지 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일정, 2020년 이후의 감축목표 설정 방식, 2015년 합의문에 담길 요소,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한 재정 지원 등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후회의는 특히 기후변화 협상의 과학적인 기초를 제공하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온난화가 인간 활동으로 초래되고 있을 가능성이 95%까지 확실하다’고 평가한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 열린다는 점과, 슈퍼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에서 1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환경운동가들은 하이옌과 같은 슈퍼태풍 발생을 온난화에 따른 지구 기후 시스템 교란의 영향으로 지목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비슷한 재해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난화로 극한적 기상 현상의 강도가 강화된다는 데 대해서는 아이피시시의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도 동의하는 바다.
하이옌은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입게 되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선진국들의 지원을 요구하는 개발도상국들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목소리들이 이번 회의에서 의미있는 성과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그런 기대는 높지 않다. 사실 이번 회의는 해마다 열리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가운데 어느 회의보다도 기대 수준이 낮은 가운데 출발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돈을 댈 선진국들의 경제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 늘 협상 일정의 초읽기에 몰려야 진전이 되는 기후회의의 특성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번에는 회의가 열리는 장소도 그 가운데 하나다.
기후변화 회의에서 성과를 내는 데는 회의 주최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주최국의 기후변화 관련 장관이 참가국 그룹 사이에서 이견 조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의미있는 합의가 나올 수도 있고, 알맹이 없이 끝날 수도 있다. 이번 회의 주최국인 폴란드는 발전원의 90%를 석탄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유지하며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려는 유럽연합의 발목을 잡아온 나라다. 이번 회의에 큰 기대를 걸지 못하는 이유다.
출처 : 한겨레 2013년 11월13일 김정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