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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총체적 인사 실패, 대통령이 사과해야

by 2mokpo 2013. 3. 28.

한만수 국외 비자금 의혹은 수사 대상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어제 거액의 국외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결국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선한 고위급 인사 가운데 중도 탈락자가 7명으로 늘어난 것인데,

이 정도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던 초대형 인사 참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 후보자 사례는 지금의 인사 난맥이 집대성된 ‘막장 인사’라고 할 만하다.

23년간 주로 대기업을 변호해 수임료를 챙겨온 이를 대기업 불공정거래를 감독하는 경제민주화 기관의 수장으로 앉히려던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게다가 그는 최소 20억~30억원에 이르는 국외 비자금을 운용하다 세금을 추징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민주화, 조세정의 등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될뿐더러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 인사의 심각성은 이제 후보자 몇몇 교체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섰다.

새누리당의 사무총장과 대변인이 청와대의 반성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더러 반성하라는 것은 결국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나홀로 리더십’이 여권에서조차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어제로 취임 한달을 맞은 박 대통령 지지도가 역대 최저인 44%에 그쳤다는 사실은 지금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총체적 인사 실패로 인한 위기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한다. 그동안의 인사 난맥은 조언과 비판에 눈감고 독선과 독주로 일관해온 박 대통령 책임이다.

인사 실패의 총체적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에게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공직자 인선을 위한 시스템 재정비도 시급하다.

청와대 인사위원회를 관장하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검증을 책임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제구실을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문책도 해야 한다. 적절한 견제와 균형 속에서 합리적인 인사 판단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사 실패에 따른 후속 조처 역시 철저히 해야 한다.

많은 비리 의혹이 불거져도 사퇴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특히 국외 비자금 은닉 의혹이 제기된 한만수 전 후보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외국 기업과 거래가 많은 대형 법무법인(로펌) 근무자들이 소득을 투명하게 처리했는지도 철저히 따져볼 일이다.

성접대 의혹에 연루돼 사퇴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 후보자 역시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위 공직 부적격자들이 다시는 공직을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 불거진 잇따른 인사 참사를 보면 대한민국 보수의 도덕성에 대한 개탄이 절로 나온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로비스트 이력 등으로 낙마한 이들은 물론 낙마를 면한 공직자들 역시

위장전입, 땅투기, 편법 재산증식 등 온갖 부도덕한 일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 지도층임을 내세우는 이들이 겉으로는 나라를 위한다면서 뒤로는 온갖 추잡한 사익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이 마음 놓고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 보수가 대오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2013.3.25 한겨레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