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대통령의 반성과 변화가 먼저다

by 2mokpo 2010. 6. 4.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고위 참모들에게 “선거 결과를 다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자기 반성보다는 기존의 국정기조 유지에 무게가 실린 듯하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의를 표하는 등 여권이 6·2 지방선거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모습과 달리,

정작 패배의 궁극적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대통령과 여권이 그간의 국정운영에서 보여준 독선과 밀어붙이기가 이번 선거의 패배를 자초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디어법 등 각종 악법을 밀어붙이고,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가 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판적 시민과 단체들의 목줄을 죄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전교조 소속 교사와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을 대량 해임·파면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했다.

국민이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백지화 등에서 보듯 대통령은 국회를 거수기처럼 여기고 여당인 한나라당을 몰아붙였다.

여당 참패는 당연한 결과이며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먼저 자신부터 진정으로 반성하고 국정운영의 방향과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종래의 소수층을 위한 정책, 내실 없는 외형 위주의 정책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또 법치와 의회주의를 외면하고 밀어붙이기를 지속하다가는 국민적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은 불문가지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상당수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장악했고,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이 수도권 교육청을 장악했다.

독선적 국정운영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환골탈태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심을 수습하려면 대통령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4대강 사업 중단과 세종시 수정 기도 포기가 그것이다.

이 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은 이번 선거를 통해 사실상 불신임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시 수정에 대한 지지를 기대했던 수도권에서조차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북 정책에서도 대통령은 변화해야 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안보 불안도 근본적 원인을 따지면 결국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과

무시전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강원·인천 등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대패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년반 동안 학생들을 경쟁의 바다로 몰아넣고,

전교조를 옥죄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교육정책 궤도 수정의 당위성을 함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 가까이 지났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으려면 대통령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거 결과에 따른 여권의 인적 개편도 돌려막기식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와 쇄신을 담은 내용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자료 : 2020년 6월4일 경향신문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