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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할 길 --/자연, 환경, 숲

9.나무 껴안자 건강의 ‘묘약’이 온몸에 솨솨

by 2mokpo 2009. 7. 16.

숲이 주는 미덕은 한둘이 아니다. 나무가 내뿜는 살균 물질들은 기분을 가라앉히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불면증까지 없애준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숲이 주는 ‘선물’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침 숲과 한낮의 숲은 그 표정이 판이하다. 아침 숲은 막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싱싱하지만 한낮의 숲은 한바탕 뛰고 온 듯 지쳐 보인다. 이처럼 분위기는 제각각이지만, 아침·점심 숲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 안에 발 들여놓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점이다.

 

숲속 방문객의 기분을 흐뭇하게 만드는 도우미는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테르펜이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살균·진정·소염 등 20여 가지 이상의 약리 작용을 한다. 피톤치드는 테르펜 중에서도 가장 활발히 살균 작용을 하는 성분이다. ‘식물’을 뜻하는 phyto와 ‘죽이다·살균하다’를 의미하는 cide가 합성한 피톤치드는, 그 어원처럼 식물성 살균 물질을 총칭한다.

 

식물은 외부에서 적이 부딪치거나 자극을 가하면 자신의 몸을 방어하려고 피톤치드 같은 살균 물질을 발산한다. 그런데 이 물질이 의외로 인체 내에서 진정 작용을 유발하는 것이다. 신원섭 교수(충북대·산림과학부)는 테르펜이 “혈압을 안정시키고 맥박을 감소시키며, 안정된 상태에서 발현하는 뇌파를 증가시킨다”라고 말했다.

 

오래전에 인디언들은 피로하거나 지치면 전나무를 끌어안고 한참을 있었다. 숲은 알면 알수록 더 정겹고 고마운 이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숲속을 떠도는 음이온도 인체에 이롭다. 음이온은 피를 맑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불면증을 없애주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음이온은 특히 물 분자운동이 활발한 습지나 계곡, 폭포, 그리고 광합성 작용이 왕성한 숲에 다분하다. 가령 도회지 실내에 떠도는 음이온 양을 1이라 하면, 교외에는 2.8~10이 맴돌고, 산야에는 10~26.7쯤이 떠돈다. 숲에는 그보다 훨씬 많아서 14.3~ 73.3이 서려 있다. 그 옛날 인디언들은 지치거나 피곤하면 전나무를 꽉 끌어안고 한참을 있었는데, 그 행위가 꽤 의미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어느 나무가 가장 왕성히 타르펜을 분출할까. 침엽수림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편백나무나 서양측백나무가 월등히 많다. <숲해설 아카데미>(생명의숲 교재 편찬팀)에 따르면, 한여름 낙엽송과 소나무 그리고 왕소나무가 내뿜는 테르펜 양이 0.2~0.3이라면, 편백나무와 서양측백나무는 무려 4.0이나 된다. 가문비나무와 삼나무도 적지 않아서 2.1~ 3.1이나 된다. 대관령휴양림의 소나무 군락지와 울진 소광리 금강송 숲이 늘 인기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디 테르펜 효과뿐일까. 숲은 보이지 않는 공덕을 끊임없이 인간에게 베푼다. <월든>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소로는 “내가 숲을 찾는 이유는 생을 더 현명히 살기 위함이고, 생의 본질적인 진실과 만나기 위함이고, 내가 이 땅에 오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찾으려 함이다”라고 말했다. 50년 넘게 숲에 머물고 있는 법정 스님도 숲이 인간의 상상력을 흥분시키는 알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다며 “친밀하지만 무한하고, 어두우면서 밝은 숲을 가까이 하면 일과 사람에게 상처받은 심성이 다스려진다”라고 말한다.

 

                                                                                                                                                                                          사진 : Thomas

김기원 교수(국민대·산림자원학)는 숲에 둘러싸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덜 호전적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숲 가까이 사는 사람은 숲이 먼 사람보다 사교성도 좋고, 타인과의 공존도 비교적 순조롭다고 한다. 비교적 어린 학생들이 숲의 영향을 받는다. 숲이 가까이 있는 학교와 숲이 아예 없는 학교의 학생 1425명을 조사한 결과, 숲이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더 긍정적이고 애교심도 더 강했다.

숲속에서의 캠핑도 인간의 심신을 긍정적으로 뒤흔든다. 1900년대 초, 뉴욕 맨해튼 주립병원 의사 맥도널드 박사는 폐병 환자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일부 환자는 텐트에서 살며 숲을 산책하게 하고 시냇물을 자유롭게 바라보게 했다. 또 일부 환자는 일반 환자처럼 병실에서 치료했다. 그 결과 텐트 병동 환자들의 정신적·육체적 회복 속도가 훨씬 빨랐다.

 

요즘은 자아를 상실하거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캠핑 치료를 시행한다. 기간은 이틀에서 몇 주. 지금까지 보고된 캠핑 치료 효과는 간단히 언급해도 열 가지가 넘는다. 육체적 건강 증진과 식욕·몸매 향상, 자신감·자존감 증진, 추진력 향상, 열정과 즐거움 배가, 회복기 질환 재발률 저하, 집단적 문제 해결력 향상, 정서적 문제 감소, 흥밋거리(취미) 개발, 친밀감 증진, 사회성 향상…. 따지고 보면 숲은 유능한 정신병원이고, 성공 길라잡이고, 행복 도우미인 셈이다.

 

구름을 보며 누워 있자니…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숲이 아무리 선물을 많이 건네도 그것을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숲이 내미는 선물을 제대로 받으려면 둔해진 후각·시각·촉각·청각 등을 되살려야 한다. 숲을 꼼꼼히 살피고 관찰하며, 숲이 주는 향기와 바람과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새 나무처럼 꿋꿋하고 단단하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 그 전에 식물도감이나 곤충도감 등을 챙겨 읽고, 흐린 날 새벽에 나무만의 조용한 시선과 고독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다.

 

신원섭 교수는 아예 구체적인 숲 체험법을 제안한다. 일명 구름 관찰하기. 일단 평평하고 깨끗한 자리에 눕는다. 팔다리는 편안히 좌우로 펼친다. 2, 3분간 자신의 몸·마음·숨·감각에 집중한다. 그 뒤 마음이 충만해지면 하늘의 구름을 올려다본다. 이때 구름 조각 하나하나가 내 인생의 사건이고 문젯거리라 여긴다. 그 다음 눈을 감고 1분 정도 지난 뒤에 눈을 뜬다. 구름의 모양과 위치가 바뀌었는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나 사건도 이렇게 구름처럼 변한다고 여기며 마음을 다독인다.

 

30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체험이지만, 이 행위를 통해서 도시에서의 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큰 걱정거리를 덜어낼 수 있다. 정말, 숲의 능력은 끝이 없다.

자료출처 : 시사IN [96호] 2009년 07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