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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이후 --/살아가는 이야기

되재성당

by 2mokpo 2019. 11. 12.

한적한 시골마을 한쪽에 아담하게 자리한 목조 건물인 되재성당.

마을 집들의 마당에 있는 소들의 집이 어색하지 않게 보인다.

풍겨 오는 축사 냄새마저도 정겹다.

나무로 세운 종탑이 제법 웅장해 보인다.

개구쟁이 언니(일행)는 어느새 그 종을 울려본다.

대앵 댕 퍼지는 종소리가 평온한 분위기에 한술 보탠다.

곁에 비껴 서있는 감나무에

붉게 농익은 감들이 화려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을 열고 성당에 들어서니 사뭇 다른 분위기다.

차가운 마루바닥에 가운데는 남녀를 구분하는 벽이 세워져 있다.

작고 아담한 그러나 경건함이 물씬 풍기는 성당이다.

우리나라에서 약현 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라는 전통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 성당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성당이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박해 시대 이곳까지 와서 신앙을 유지하면서도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남녀의 구분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도 새겨본다.

마치 흉내라도 내려는 듯 자연스레 남녀로 나뉘어 계응으로 함께 기도한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낭낭하게 퍼지는 기도소리는

따스한 햇살과 함께 평화로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성당 뒤 편 산기슭에 자리한 봉분 두 개를 살펴본다.

스물 몇 살 또는 서른 초반의 나이에

이역만리 이곳까지 와서 병들어 죽을 일이 무엇일까?

두 분 선교사 신부님(조스35, 리푸르카드29)의 묘소를 보는 순간

우리들은 그저 말없이 경직된 몸으로

조용히 입술을 움직여 그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