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야할 길 --/모셔온 글 모음, 어록

▶◀ 기레기와 유언비어

2mokpo 2014. 4. 25. 21:28

세월호 - 대한민국 
선장   - 대통령 
선원들 - 고위 공직자들 

                                     승객   - 국민들
                                     선내방송-언론매체들

 

최근 온라인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현실에 대한 절묘한 비유란 생각이 든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며 공무원들을 질타하고 있다.

 대통령은 근엄한 표정으로 ‘네 탓이오. 네 큰 탓이로소이다’를 되뇐다.

 

자기가 책임질 일을 남 이야기 하듯 하는 대한민국호 선장이 세월호 선장을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준열히 질타했다.

큰일이 터질 때마다 이런 대통령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먼저 탈출한 선원들처럼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고위 공무원은 그들만의 특권 세계에 갇혀 지낸다.

3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선내에서 기다려라”는 안내방송을 믿었다 끝내 탈출을 못했다.

 세월호의 안내방송이 승객들을 죽음으로 내몬 흉기 구실을 했다.


남 탓은 그만하고 내가 일하는 언론계 상황부터 돌아보자. 대한민국호의 안내방송 격인 언론매체들은 제구실을 하고 있을까.
22일 경찰이 한 종합편성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해경이 민간 잠수사 구조를 막는다”고 말한 홍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홍씨 인터뷰를 내보낸 종편 책임자는 왜 처벌하지 않느냐는 누리꾼들의 반발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세월호 사고 언론 보도에 대해 ‘기레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레기는 기자+쓰레기를 합친 말이다. 나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쓰레기 같은 기사는 만들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이게 최선입니까’란 질문 앞에는 “그렇다”는 답을 쉽게 못 하겠다.

 

정부 부처가 범한 초동대처 미숙, 부서 간 혼선 같은 문제들이 취재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4년 전 천안함 사고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을 ‘공공의 적’으로 삼아 국민의 충격을 외부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 뒤 온 국민의 슬픔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우리 사회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칼럼에서 세월호 침몰이 박 대통령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며

“정부의 운명은 때로는 정치와 전혀 연관되지 않은 사건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심심치 않는 여론의 흐름을 의식한 박 대통령은 탑승객을 버리고 도망간 선장과 일부 승무원을 겨냥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살인과도 같은 형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말이 틀리진 않았지만 몇몇을 ‘죽일 놈’으로 만들어 풀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려면 사람이 아니라 문제, 분노가 아니라 대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관련 유언비어를 지목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불순한 의도”라며 “거짓말과 유언비어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내가 볼 때 유언비어의 진원지는 정부 당국과 언론이다.

구조자, 탑승자 수를 여러 차례 바꿔 신뢰 잃은 정부와 속보 경쟁에 매몰돼 오보를 양산한 언론이 유언비어 양산의 온상이다.

언론과 정부가 제구실을 못 하니까 온갖 유언비어가 창궐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유언비어 엄단만 강조한다.


300명이 넘는 세월호 승객들이 안내방송을 믿고 구명조끼를 입고 기울어진 배 안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다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 막막한 죽음 앞에서 대한민국호의 선장, 선원들, 선내 방송 담당자는 ‘살아남은 자의 의무’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겨레 프리즘]  2014.04.22 18:50수정 : 2014.04.23. 01:02
권혁철 사회2부 지역데스크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