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윤복3

사시장춘 - 신윤복(혜원) 원래 조선 회화에 나타난 에로티시즘의 극치는 앵도화가 피어나는 봄날의 한낮, 한적한 후원 별당의 장지문이 굳게 닫혀있고, 댓돌위에는 가냘픈 여자의 분홍 비단신 한 켤레와 너그럽게 생긴 큼직한 사나이의 검은 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면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아무 설명도 별다른 수식도 필요가 없다. 그것으로써 있을 것은 다 있고, 될 일은 다 돼 있다는 것이다... 정사의 직접적인 표현이 청정 스러운 감각을 일으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뿐더러 감칠맛이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면, 춘정의 기미를 표현하는 것으로 그보다 더 품위 있고 은근하고 함축 있는 방법은 또 없을 줄 안다. 말하자면 한국인의 격있는 에로티시즘은 결국 '은근'의 아름다움에 그 이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그림에 대한 최순우 선생의.. 2023. 1. 27.
연소답청-신윤복(혜원) 연소답청 조선왕조의 후기문화가 황금기를 이루고 있던 진경시대에 서울장안의 귀족생활은 아마 가장 호사를 극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귀문자제(貴門子弟)들의 행락도 어지간히 극성스러웠을 듯한데 이 그림은 그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진달래꽃 피는 봄철이 되자 이 협기(俠氣: 남자다운 기상) 만만한 양반집안의 자제들은 기생집를 벗어나서 꽃을 보고 푸르름을 밞음의 야유를 계획한 모양이다. 저희끼리만 가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분명히 제가 탄다고 끌어내었을 말 위에는 기생이 하나씩 올라타 있다. 남존여비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더구나 천민인 기생이 이와 같이 무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미 그녀들의 포로가 되어 노예의 직임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이런 건달들에게는 예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의 .. 2023. 1. 22.
신윤복(혜원)-정변야화 정변야화 그림 위쪽에 둥근 달이 떠 있다. 밤이다. 달이 걸린 나무를 보시라. 붉은 꽃이 피어 있다. 저 꽃이 앵두꽃인지, 복사꽃인지 모른다. 그림 아래쪽에는 젊은 여자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여자는 우물가에 앉아 두레박 줄을 잡고 있고, 서 있는 여자는 오른손을 턱에 괴고 고민에 빠진 눈치다. 무언가 심각한 사건이 있다. 고민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림은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찾아볼 수 있는 데까지는 찾아보자. 두 여자는 양반집 여자가 아니다. 옷차림을 보라. 둘 다 행주치마를 두르고 있다. 똬리를 머리에 얹고 있는 여자는 흰 민짜 저고리를 입었다. 왼쪽 여인은 녹색 저고리이기는 하지만, 저고리 고름만 자주색일 뿐 다른 장식이 전혀 없다. 또 신은 모두 신이다. 초라한 복색으로 보아 두 여.. 2023.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