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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이후 --/살아가는 이야기

77세 노인의 봄

by 2mokpo 2024. 3. 7.

일흔일곱까지 매년 왔었던 봄이 올해는 더 기다려집니다.

이 나이에 새롭고 그리워지는 봄을 몇 번이나 맞이할 수 있을는지~~~

눈이 그치고 밤사이에 비가 내리기를 몇 번 하고 수선화의 꽃대가 올라온 걸 보니

이제 봄이 오려나 봅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봄은 쉽게 오지 않은 듯 얼마 전 눈이 조금 내렸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봄과

겨울이 여러 번 반복되었네요. 내알은 다시 영하의 기온이 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무언가 변화와 새로움엔 아픔을 겪어야 하나 봅니다.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320일이니 우리에게는 그때부터 진정 봄이겠지요.

 

전원생활 9년에 접어드는 2024년 봄을

마당의 정원과 텃밭에서 그리고 길섶에서 보고, 마을의 아줌마들에게서---듣습니다.

산언저리의 구호인 <자연보호>라는 예전 헛된 구호도 이젠 보이지 않지만

이제 그만 개발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두면서 더디게 변하는 변화에 순응하며 살면 어떨까요?

봄이 온다는 기별을 하듯 마당의 매화와 산수유의 꽃봉오리가 터졌고 텃밭가의 달래를 캐다 달래장을 만들어 밥상에 올린 아내를 보니 봄이 오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곰방부리(별꽃) 나물을 캐다 먹으라는 권유에도 먹어보지 않았기에 아내도 가벼운 대답만 하고, 알고 있는 쑥과 머위등의 소식만 들려줍니다.

자연과 함께 산다는 게 친숙한 나물이름 알아가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게 시작 일지도 모르겠지만 새로 돋아난 푸른 작은 잎을 눈여겨보는 진득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는 것 같습니다. 느리게 살며, 내게 주어진 많은 시간을 천천히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아 보면서도 실천은 힘이 듭니다.

 

전원생활하는 동안 자연의 변화가 많았지만 과거 생활에 젖어 매일 비슷한 일상처럼 느껴졌지만 올봄엔 더욱 추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마당 꾸밈을 또 욕심내보며 큰 기대 없이 소소한 것들에 맛 들이며 정원 정리를 하면서 변화를 느끼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다니면서 좋게 보았던 기억 속의 꽃들의 모양새도 흉내 내보고

어떤 모양이 우리 집에 어울리는지 체험해 보아야 되겠습니다.

 

아직 찬 기운이 마당에서 맴 돌다 가지만 크로커스가 피고, 알뿌리 새싹이 내 미는 걸 보면 어쨌든 이제 봄의 시작입니다.

 

예전에 심어 두고 이름표를 해 두었지만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푸른 싹을 보게 되거나, 키가 자라 있는 식물을 보면 그리 기쁠 수가 없어 아내를 부릅니다.

이제 마당과 동네에서 봄의 기적과 부활을 쉼 없이 보여주겠지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불규칙한 것을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고 개발이라는 말보다는 그대로를 지켜가는 마음가짐,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만 있으면 기후변화도 훨씬 늦추어질 것이니 마음을 언제나 느긋하게 갖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되겠습니다.

그러면 내 세상은 거기에 만들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