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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이후 --/살아가는 이야기

마당의 봄

by 2mokpo 2023. 3. 24.

봄이어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기에 봄이라는 법정 스님의 유명한 말처럼,

봄날의 따스함에 따라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봄이 곁으로 다가오는 걸 자연스레 느껴보는 요즘입니다.

마당의 매화는 봄 꽃 이라기보다는

봄을 알리는 꽃,

마당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워냈습니다.

 

매화꽃이 지기 시작할 무렵

마당에는 산수유도 피었다 지기 시작하고

물앵두나무 꽃에 이어 명자꽃이 피고

그다음에 팥꽃나무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가장자리에 심어진 조팝나무도 하얀 꽃을 피웠고,

언덕에 심어진 벚나무와 멀리 산등성이의 산벚나무 꽃도 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웃집 담장울타리의 개나리도 피었더군요.

이제 철쭉이 피면 봄이 깊어졌다는 걸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그때 부는 바람의 따뜻한 느낌이 피부로 스며들겠지요.

 

올봄.

마당의 나무들이 꽃피는 시기가 예년보다 빠른 느낌이 들어

작년 개화시기에 담아 두었던 사진을 보니 평균 7~10일 정도 빠른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 추위 때문인지 봄을 무척 기다렸는데

마당의 꽃들이 동시에 피어난 느낌이 들어 걱정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마당의 꽃들은 매화만 순서에 따라 피웠고

산수유, 물앵두, 박태기나무, 조팝나무까지 봄의 순서를 지키지 않고

한꺼번에 피어납니다.

이 꽃이 피고 지면, 저 꽃이 피었다 지고,

이렇게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하면서

봄날이 찾아왔던 이전의 봄이 없어질까 봐 걱정이 됩니다.

 

따스하면서 서서히 다가오기를 기다렸던 봄이었는데

그런 봄이 올해는 너무나 빨리 찾아와 버렸습니다.

좁은 마당이지만 여기저기 혼란하게 피어나는 꽃들과

돋아나는 새싹을 바라보며 걱정이 드는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