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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할 길 --/자연, 환경, 숲

나무를 안다는 것--남효창

by 2mokpo 2014. 12. 23.

나무를 안다는 것은 사람이 붙여 불러온 이름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지혜와 영성에 닿는 일이다.

나무를 아는 만큼 사람은 나무가 되어간다.

 

삶은 나무 한 그루 만나는 일
나서 자란 시간을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커다란 나무의 눈망울을 보았다. 움트고 가지를 뻗어 올리며 초록 짙은 일상을 다 내보였을 때,

그것이 오랜 생명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는 것을 다 알 수는 없었다. 때로 그 아래 등 기대고 앉아 구름처럼 흘러가는 삶을 보았고,

서릿발 같은 아픔조차 켜켜이 속 깊은 마음을 채워가는 일상이 되었다. 우두커니 무심하게 밤낮없이 흘러가는 시간인 줄 알았는데

그 초록은 어느새 가슴 속까지 뿌리를 내리고 뜨겁고 치열한 생각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느끼고 생각하며 감각하는 대부분이

그 초록열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오랜 삶이 흐른 뒤 깨달았다.

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를 만났고, 어느새 나무가 되어 있었다.
--중략--
자연을 말하면서도 자신의 일상과는 상관없는 곳에 저만치 떨어져 있다. 머리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진심으로 만나본 일이 없는 까닭이다. “숲과 다른 생명을 통해 도달하고 가야 할 길은

이 시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잃어버리고 상실해버린 ‘인간성’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는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예요. 숲은 생명 있는 자기 존재를 다시 발견하고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 숲에서 자신을 만난 인디언은 통찰력을 가지고 스스로를 꿰뚫어 보았다. ‘나는 땅이다. 내 눈은 하늘이며, 나의 팔과 다리는 나무다.

나는 물의 깊이이다. 나는 자연을 정복하고 착취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 스스로가 자연이다.

’ 자신의 일부가 아니라 몸 전체로 느끼고 만난 경험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러한 심성과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숲에서 사람을 만나고 숲 마음으로 마음을 열어간다.

숲을 다시 배우고 성찰하다 

--중략--

밭에 먹을거리를 심고 가꿀 때 나머지는 생각할 것도 없이 쓸모없는 ‘잡초’라고 말한다.

인간이 먹는 상추나 쑥갓, 오이나 배추가 아닌 것은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긴다.

오로지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하는 가치 기준이 오랫동안 땅의 주인인 자연을 허투루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사고를 근본에서 바꾸지 않는다면, 지금 당면해 있는 환경문제, 역습을 받고 있는 환경재앙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요.

그것은 나를 둘러싼 주변머리, 인간이 주인공이 되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인간 위주 환경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 그래서 그이는 아이들에게 텃밭체험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 그대로 작은 들풀, 벌레 한 마리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생태감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잡초라고 부르는 것이 밭의 원주민이고 모든 살아있는 생명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

그러려면 인간 위주 ‘환경’에서 ‘생태’라는 화두로 바꾸어야 한다. “‘생태’는 주인공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주인공이에요.

인간도 한 실현자일 뿐이에요. 이러한 생태적인 사고로 시급하게 전환하는 것이 미래로 가는 길이에요.”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하라
“사람들은 사람세계에서 자신의 소리를 듣는 경우가 없어요. 세수할 때 잠깐 보는 것 외에는 자기얼굴이 없어요.

자기 존재에 대한 모습은 전혀 없고, 시간도 없어요. 태어남도 죽음도 일상도 나도 모르게 상품이 되어버리고,

자기 존재가 마트에서 파는 콜라병과 비슷한 격이 되어 버렸어요.

” 모든 생명의 꼭짓점은 생존을 위한 것인데 이 사회의 숨 막히는 굴레 안에서 자기가 하나의 생명이고 자유로움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잃어버렸다.

결국 존재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생명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람이 맨발로 흙을 밟아보아야 하고, 흙의 내음을 맡아야 하고 바람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한지 그 이유다.

 “사람들이 자연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정말 아깝지 않은 투자예요. 국가차원에서도 충분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숲을 통해 사람들이 변하면 저절로 바뀌는 것들이 많아요.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거든요. 관계의 진정한 개념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독일에서 귀국한 뒤 10년 동안 숲의 감성을 공유하면서 충분하게 최선의 삶을 살아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초록빛 나무와 숲이 되어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 내 안에서 자신을 찾아보려고요.

 지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요. 진심으로 나를 위해 사는 것이 남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없는 희생과 봉사는 위선이라고 생각해요.” 그이는 이달 동강지역으로 거처를 옮긴다.

숲연구소 활동은 서울에서 이어가겠지만, 일상을 다시 숲과 나무의 나라에 두려고 한다.

“비우는 연습을 하려고요. 무엇을 가졌으며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무엇을 가지면 안 되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어요.

사회적 존재로서 나보다는 내적 존재로서 나에 대해 한 번 더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해요.” 그것은 도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하는 일이다.

도시는 여러 가지 괴로움을 준다. 하루 두 번 수세식 변기 물을 내릴 때마다 온 나라에서 사천만이 물을 내릴 텐데 하면서,

가능한 참았다가 하루 두 번 이상 물을 내리지 않았다. 생수병을 10년 넘게 사지 않았다. 손수건을 가지고 다녔고,

혹시 주머니에 없으면 휴지 한 조각을 말려가며 하루 종일 사용한다.

이런 행동이 더럽다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깨버리고 모두가 실천하면 하루 오천만 장 휴지를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생태적 상상력은 이런 것이다.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 벌레 하나 지렁이 한 마리를 공손하게 마주하고 생명 있는 것 숨탄 것들을 진심으로 만나는 것이다.

뛰어 노는 공간이 다 자연이었던 어린 시절, 강과 들판, 산이 오로지 스승이었고 학교였고 교실이었던 시절,

모든 곳이 놀이터였고 장난감이었던 경험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공감하는 것이다.

그 감수성을 이어가고 공유하는 지혜를 생각한다.

그것은 종이를 보면서 나무를 보는 일이고, 나무를 보면서 수없이 많은 새들과 동물들, 곤충과 버섯과 미생물들,

도토리 한 알에서 참나무를 경험하는 일이다. 생태적 상상력, 생태적 지혜는 감히 함부로 강에 포크레인을 들이대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산을 쪼개거나 큰 숲을 베어 몇 사람을 위한 골프장으로 만들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는다. 실로 생태적 지혜가 지구별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출처] 나는 나무이다_ 남효창님 |작성자 심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