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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할 길 --/나무 이야기

때죽나무

by 2mokpo 2013. 5. 27.

 

 

 

 오월 중순이 지날 즈음, 층층이 뻗은 자그마한 나무 가지의 짙푸른 잎사귀  사이에

새하얀 꽃들이 2-5개씩 뭉쳐서 줄줄이 아래로 매달려있는 꽃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바로 이름도 귀여운 때죽나무이다. 


  개개의 꽃은 엄지 첫 마디만하고 작은 종(鐘) 모양으로 앙증맞게 생겼다.

절에서  흔히  보는 동양의 범종과는 달리 윗부분은 원통형에 가깝고

입이 크게 벌어진 서양 종의 모양이다.

  다섯  장의 새하얀 꽃잎으로 감싼 노랑 수술은

끈을 매달아만 놓아도 산들바람으로  부딪혀 금세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다.

그래서 영어로는 'snowbell'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꽃들이 하늘을 향하여 태양을 마주보고

 '나 얼마나 예뻐요?'하듯 뽐내는데 여념이 없으나,

때죽나무 꽃은 치마꼬리 살짝 잡고 생긋 웃는 수줍은  옛 처녀 마냥

다소곳이 땅을 향하여 피어 있다.

멀리서는 백옥 같은 꽃잎의 옆모습밖에 볼 수 없으니

꼭 앞 얼굴을 보고 싶은 이는 나무 밑에 들어와서 살짝 쳐다보라는 뜻이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면 크기가 손가락 첫 마디만하고 아래위가 약간 뾰족한 열매가

처음 달릴 때는 초록색으로 시작하여 갈색으로 익어가는 모양이 너무  귀엽고 깜찍하다.

 여기에는 유지(油脂)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예부터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은 북쪽지방에서는 등유나 머릿기름으로 이용되었다.

  열매나 잎 속에는 사포닌을 주성분으로 하는 마취성분이 들어 있어서

이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는 순간적으로 기절해 버린다.

간단히 고기잡이에 쓰였으나 사람도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구토를 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최근  오염환경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식물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때죽나무는 공해물질의 배출이 많은 공장 가까이서도 잘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예쁜 꽃과 열매를 감상할 수 있고 공해에도 잘 견디는 때죽나무에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

  때죽나무의 속살은 너무 해맑고 깨끗하며 세포의 크기와 배열이 거의 일정하여

나이테 무늬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유빛 아름다운 피부만을 곱게 내보인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빗물을 깨끗이 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가로수로 적당한 나무가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버즘나무, 은단풍, 튤립나무 등 외래종 나무심기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때죽나무처럼  청초한 흰 꽃과 귀여운 열매,

 '몽당비'처럼 자르지 않아도 적당한 크기로 자라는 등 가로수로 알맞은 '토종 우리나무'가 얼마든지 있다.

  쪽동백나무는  때죽나무와 같은 무리에 속하는 친형제 나무이다. 옥령화(玉鈴花)란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때죽나무와 비슷하지만 잎 모양과 꽃이  달리는 차례가 다르다.

잎은 거의 둥글고 크기가 손바닥을 편 것만 하며  

꽃은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20여개씩 달리는 것이 쪽동백나무, 잎은 타원형이고  작으며

꽃은 2-5개씩 달리는 것이 때죽나무이다.

 

박상진교수의 우리나무의 세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