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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이래도 친구 사이의 "사적 대화"라고 할 건가

by 2mokpo 2012. 9. 1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대선 불출마 협박 사건 당사자인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의 주장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 전 위원이 안 원장 쪽의 금태섭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할 때

자신이 직접 차를 운전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두 사람의 통화 당일인 지난 4일 정 전 위원을 승객으로 태웠다는 택시기사 이아무개씨는

어제 라디오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둘의 대화가 친구 사이의 대화는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 전 위원으로 보이는 승객이) 4일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 건대역 근처에서 택시를 타 목적지를 말하지 않고

 ‘쭉’이라고만 얘기한 뒤 통화를 하다 광진경찰서 앞에서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승객이) ‘안 원장에게 대선 출마하지 말라고 해라. 대선 나오면 죽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증언은 택시 태코미터(운행기록장치)의 위성항법추적장치(GPS) 기록에서도 뒷받침됐다.

운행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씨 택시가 전화통화 당일인 4일 오전 7시48분 정 전 위원의 서울 자양동 집 근처를 지났고,

5분쯤 뒤엔 정 전 위원 사무실 근처를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위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선 “당일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고

광화문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내 차를 직접 운전하고 출근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택시기사 이씨 증언이 잇따르자 정 전 위원은 어제 새누리당 쪽을 통해 “착각한 것 같다”며 택시를 탄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새누리당 쪽은 그동안 택시를 탄 사실을 강하게 부인해 온 정 전 위원이

“전날 밤 술을 심하게 마셔 술이 덜 깬 상태여서 택시를 탄 기억도 없어서 내 차를 타고 갔다고 혼선을 빚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전 위원이 택시를 탔는지 안 탔는지는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 전 위원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금 변호사와의 전화통화가

 ‘친구 사이의 사적 대화’라는 정 전 위원 주장 전반의 신빙성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 전 위원과 새누리당은 ‘불출마 협박’을 주장한 금 변호사에게 친구 간 사적 대화를 협박으로 몰고간다며 역공을 가해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더는 정 전 위원의 믿기 어려운 주장을 비호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정 전 위원의 무책임한 행동이 나오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당은 얼마나 개입됐는지 등

사건 진상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할 때다.

2012년 9월13일 한겨레신문 사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