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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정원의 꽃과 나무 이야기

노루귀

by 2mokpo 2010. 2. 19.

 

 

 

 

아기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

 

눈이 채 녹지도 않은 이른 봄,

양지바른 산자락에서 방끗 웃으면서 고개를 내미는 노루귀의 자태는 가히 우리 야생화를 대표할만한 꽃이다.

낮으로는 따뜻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날씨가 을씨년스럽게 추워서 그런지,

온 몸에 솜털을 잔뜩 뒤집어쓰고 가련한 모습으로 꽃대를 피워 올리는 자태에

매료되어 촬영자들은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노루귀의 꽃의 색은 참으로 다양하다. 분홍색, 자주색, 청색, 흰색 등의 색깔이 다양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여러 색깔의 꽃이 피는 것이다.

하지만, 꽃색에 따라서 종류가 다른 것은 아니다.

 

전국의 각 지역 산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루귀는, 어릴 때 돋는 잎의 모양이 아기 노루의 귀처럼 동그랗게 말리고,

뒷면에 털이 보송보송하게 돋아 있는 모습 때문에, 노루귀라고 불리게 되었다.

꽃이 무척 예쁜 편이지만,

이름은 엉뚱하게도 잎 모양의 생김새에서 그 이름이 명해진 식물인 것이다.

 

노루귀의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표현할 때에는, 화경에 돋은 털을 잘 살려야 한다.

정면광이나 측광보다는 역광으로 찍어야 입체감이 잘 표현되고 부드러우며, 보송보송한 털을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과감히 표현을 하려다 보면 사진을 아주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촬영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꽃의 색깔이 제법 다양한 노루귀는 꽃이 먼저 피었다가, 꽃이 시들 때쯤 되어서야 잎이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한다.

반면에, 섬노루귀와 새끼노루귀는 꽃과 잎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 큰 특징이 있다.

꽃피는 시기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울릉도의 숲 속에서 자생하는 섬노루귀는, 다른 지역의 노루귀보다 훨씬 크고 튼튼하게 생겼으며 털도 아주 많은 편이다.

몸집이 아주 거대한 노루귀라고 하여 일명 ‘큰노루귀’라고도 불린다.

바람이 많고 기후가 거친

울릉도의 자생지 환경을 슬기롭게 소화하고 있는 식물이 바로 섬노루귀인 셈이다.

꽃은 대개 흰색이기는 하지만, 봉오리일 때와 꽃이 오므라져 있을 때에는 연한 분홍색을 띠고,

또 가끔은 끝부분에서 울긋불긋한 색깔을 다양하게 띠는 것도 있다.

 

남쪽 섬지방에서 자라는 새끼노루귀의 꽃 또한 대부분 흰색이며 그 몸체도 아주 작은 편이다.

잎의 표면에 백색의 얼룩무늬 반점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가 있다.

다른 식물에서는 몸체가 좀 작고 왜소하게 꽃이 피는 종들의 이름 앞에 애기-나 좀-을 접두사로 붙이는 반면,

노루귀의 경우에는 새끼-를 붙여 부르는 것이 조금 특이한 편이다.

여름철 잎이 한창 무성할 때에는 잎 뒷면이 홍자색을 띠는 것 또한 주요 특색이라 할 수 있다.

 

노루귀와 노루고개 전설

노루귀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면 분천리에 위치한

 ‘노루고개’에 얽힌 함평 이씨와 노루와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옛날, 산골에 함평 이씨가 살고 있었다.

그는 집이 가난해, 나무로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 날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는 그에게 커다란 노루 한 마리가 달려와 그가 해놓은 나무더미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리고 조금 후에 포수가 뛰어와, 노루 한 마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함평 이씨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다고 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노루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듯 머리를 끄덕이더니, 산중턱으로 그의 옷자락을 물고 끌었다.

어느 한 지점에 다다른 노루는 드러눕는 시늉을 해 보였다, 노루의 행동을 지켜보던 이씨는 마침내 그 뜻을 짐작했다.

"아, 이 자리가 명당이라는 뜻이구나."

 

노루가 알려준 지점을 표시해둔 이씨는 부모가 돌아가시자 그 자리에 묘를 썼다.

그 후로 이씨의 자손들이 번창했고, 그 가문에서 많은 공신이 나왔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씨가 노루를 만난 이 고개를 '노루고개'라 불렀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에게 고마움의 눈물을 글썽이며 고갯짓을 하였을 그 노루의 눈빛과 자태가

봄의 야생화 ‘노루귀’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순박하고 아름다운 이씨의 마음,

그 마음에 보은하려는 노루의 맑은 몸짓.

2010년 봄,

우리도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노루귀를 포함한  모든 야생화는 우리의 중요한 식물자원 이기때문에

그 곳이 훼손됨이 없도록 자생지를 보호해야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있어야 하는곳에 있을때 아름답다.

야생식물은 야생에서 꽃이 피어있어야만 아름답고

원예종은 사람이 노력을 들여서

예쁘게 길러야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