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라니 나도 하고자운 말이 있소”
장터에서, 고샅에서, 들에서, 뻘에서 받아적은 전라도 어르신들의 말씀을 받아 전합니다.
“열 사람 입이 ‘저놈 나쁜 놈’ 그라믄 기운이 모아져” 강진장 백한심
"새복 다섯 시 못돼서 나왔어. 오후 다섯 시까지 앙겄다 가제 글 안허문 어찌케 묵고 살겄능가."
강진장에서 어물전을 펴고 있는 백한심(70) 어매는 해남장, 완도장, 남창장, 강진장을 돌며 하루 열두 시간씩, 닷새 중 나흘을 일하고 하루 쉰다. 종일 한데서 보대껴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요즈음이다.
“집이만 가믄 뉴스 보제. 틀기만 하믄 뉴스 나오등가, 비상계엄 선포한 날 밤에는 날이 새도록 한숨도 못자고 뉴스만 보고 있었제.
첨에는 점쟁 날지 알았어. 우리 손지가 군대가 있을께 젤 먼저 손지가 걱정됐제
우리 손지도 저녁내 잠 안자고 비상이었다 그래. 짠하고 걱정되고 아조 죽겄드랑께.
그 사람 한나 때문에 나라가 이라고 엉망이여. 당장 끌어내려야제.
찍은 손목아지가 나쁜 것들이여, 처음부터 늑대가리가 없드만, 무슨 무슨 죄를 어떻게 지었는지 끄터리까지 다 밝혀야제.
장사가 되겠소? 시상이 시끄런께 짐장도 안한다고 하고, 트랙터로 서울까지 간 사람들도 있는디 우리는 마음적으로라도 나서야제.
열 사람입이 모여서 '저놈 나쁜 놈' 그라믄, 기운이 모아져. 이길 것이여. 꺽정하지 말어. 죄라는 것은 짓는 대로 가는 것이여."
글, 사진 : 전라도 닷컴 2025 1월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