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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대통령 순방 연기를 보는 시선의 차이

by 2mokpo 2024. 2. 15.

# 대통령 순방 연기를 보는 시선의 차이(한겨레 신문 에서 퍼옴)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일요일(18) 떠나려던 독일·덴마크 국빈 방문 일정을 4일 남겨둔 수요일(14),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빈 방문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문제는 뚜렷하게 이유를 밝히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1. 이유가 뭔가?

- 대통령실은 여러 요인 때문이라고만 밝혔습니다. ‘그 요인이 뭐냐는 물음에 여러 요인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우리 쪽 요인이냐’, ‘총선 앞둔 정무적 요인이냐’, ‘의료계 파업 때문이냐’, ‘김건희 여사 때문이냐등의 모든 물음에 여러 요인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결정된 건 언제냐는 물음에도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현재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의 독일·덴마크 국빈 방문 일정은 여러 요인 때문에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추측가능한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총선 대비

- 대통령실 참모들은 비공식적으로, 의료계 집단행동 가능성, 총선 앞두고 민생 일정 늘리려는 의도 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총선은 이미 정해진 일정이고, 의료계 집단행동 가능성은 오히려 주춤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외교적 무리를 감수할 정도라 보긴 힘듭니다. 그래서 이는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일 뿐이라고 봅니다.

 

2) 김건희 여사

- 그래서 김건희 여사 문제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추정이 섞여 있습니다. 애초 계획은 KBS 대담으로 명품백 수수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우고, 동반 국빈방문에 나선다는 계획이었겠지만, 대담 이후 여론은 오히려 악화됐고, 전혀 진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두 달 넘게 두문불출하고 있던 김건희 여사의 복귀 장소가 국내의 소소한 행사 등을 통한 연착륙이 아닌 화려한 국빈 방문이라면, 오히려 과거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논란 등까지 다시 상기되면서 명품백 논란이 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부부 동반을 전제로 하는 국빈 방문에 김건희 여사를 두고 윤 대통령 혼자 가는 것은 더 이상합니다. 상대국에는 뭐라고 설명할 것이며, 비행기 트랩에 혼자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진 등이 역으로 김건희 명품백을 소환시키게 됩니다. 대통령실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입니다. 총선을 50일 남겨둔 시점에서 좋아, 빠르게 가식으로 돌파할 국면이 못 됩니다.

 

- 대통령실이 뚜렷한 연기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김건희 여사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총선 준비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고, 또 상대국이 있으니 엉뚱한 이유를 댈 수도 없고, 그러니 급하게 여러 요인으로 궁색하게 정리한 듯 보입니다.

 

2. 연기 과정은 어땠나?

-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대통령실은 출입기자 동행 여부 신청을 받는 등 이전과 다름없이 준비를 진행해 왔습니다. 물론 한쪽에서 연기를 추진하면서도, 연기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순방 업무를 준비하는 게 맞긴 합니다.

 

-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를 동아일보가 상대적으로 좀더 깊게 취재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 내부 의견도 나뉘어졌습니다. 국가안보실은 순방 필요성쪽으로, 정무 라인은 총선 앞 정쟁 소지 최소화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집니다. 윤 대통령도 총선 국면에서 순방 자체가 정쟁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도 순방 추진에 따른 여론 악화 우려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결국 13일 막판까지 고심했습니다. 윤 대통령 혼자 국빈 방문에 나서는 방안까지 고려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을 갈지 안 갈지는 사실 ‘51 49 상황과도 같았다.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고민해 오다 마지노선에 이르러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 독일과 덴마크에는 한국시각 13일 밤에 통보했습니다.

 

- 여기서부터는 추정입니다. 설 연휴 전에 순방 연기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미뤄볼 때, 이번 순방 연기에는 KBS 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4() 녹화, 7() 밤 방영했고, 설 연휴 전날인 8() 여론 악화를 목도했을 것입니다. 설연휴(9~12) 내내 대통령실은 이 문제를 고심했고, 그리고 13() 밤에 최종 결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합창 앞부분 연기 장면에 나오듯이 대통령은 설연휴에 (내부 논의) 일정이 꽤 많아서 괜찮지않으셨을테고, 이관섭 대통령실장은 고향에 가시지못했을 겁니다.

 

3. 차질은 없나?

1) 외교결례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나?

- 분명한, 그리고 심각한 외교 결례입니다. 국빈 방문이 점심 약속했다가 일이 있어서 연기하자는 수준은 아니니까요. 상대국이야 이해한다고 하겠지만, 이는 앞으로 독일·덴마크에 우리가 큰 폐를 끼친 것이기에, 앞으로 이 두 나라와의 외교 협의 과정에서, 최소한 한 수는 접어주거나 양보해야 하는 빚을 안게 된 셈입니다.

 

- 또 이 국빈 방문 연기를 전세계가 다 지켜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외교·국방이나 국내의 심각한 재난 등이 아니라, 대통령 부인 명품수수 스캔들 때문이라는 것을 전세계 외교가에 다시 한 번 상기시킵니다. 국내만 생각했다면, 단번에 연기를 결정했겠지만, 막판까지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 때문일 것입니다. 나라의 국격도, 그리고 정상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 개인의 위신도 크게 추락했습니다. 이는 당장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해외 순방을 추진할 때, 상대국 정부는 또 국내정치 문제로 연기하는 것 아닌가를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우리도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 전까진 당분간 대통령 순방을 준비하기 힘들어 집니다. 또 다자외교 등 정상회의장에서도 윤 대통령은 움츠러들 수 있습니다. 요즘엔 다자외교 현장이 부쩍 늘어났고, 이에 따라 정상들간의 개별적 친밀감이나 개인적 호감도 등이 실제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도 윤 대통령은 외교현장에서 세부 의전에 익숙하지 못해 다소 우왕좌왕하거나 쑥쓰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 정상외교에서 내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2) 독일에서 하려던 것은 어찌되나?

- 애초 독일 순방에서는 분단국가 경험을 공유하며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한다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유일 분단국인 한국이 통일국가인 독일을 방문한다는 상징적 의미 외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국인 독일과의 안보정보 공유 등 나토와의 전장(戰場) 정보 수립·수집 활용 체계(BICES)’ 참여 확대, 이와 관련된 소재부품 장비 등의 강화 협력,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의 IT·배터리 협력 강화 등이 독일 순방에서 진행될 예정이었고, 덴마크 방문에서는 바이오, 제약, 해상풍력 등의 경제협력이 핵심 의제였습니다. 이 모든 게 대통령 순방이 없어도 개별적으로 진행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런 하부 일정 등도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상대국 정부와 기관들에서 이를 준비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은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되겠습니까.

 

3) 기업들은 어찌 되나?

- 경제사절단도 다 일정을 취소해야 됩니다.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대거 이끌고 해외순방에 나서는 것은 매우 후진국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순방 나흘 앞두고, 갑작스레 취소를 선언하고, 일정 취소 이후 뒷수습은 각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번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예정이었던 기업인들만 수십명에 이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이 독일·덴마크에 가 현지 기업들과 미팅하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었습니다. 기업들은 구체적인 배경 설명 없이 기자들이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요인을 검토한 끝에 순연한다고만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독일이나 덴마크 파트너 쪽으로부터 순연 소식을 들은 기업도 있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대통령실에 항의를 하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좋은 기억이 남겠습니까. 기업들은 이제 대통령 순방없이 잡아놓았던 일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상대 파트너와 재협의해야 합니다. 대통령 순방 없이도 상대 파트너와의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또 이런 일정 변화 과정에서 예약했던 비행기와 호텔 등도 취소해야 합니다. 개별 기업마다 수천만원 이상의 피해를 입을텐데, 대통령실이 이를 보상해주진 않을 겁니다.

 

- 그래도 대기업들은 개별 기업단위로 진행됐던 것들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사절단에 포함됐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 협력 일정이 모두 취소되면서 출장 계획을 접어야 합니다.

 

- 또 대통령실은 물론 각 기업들도 현지 선발대가 독일, 덴마크에 나가 있었을텐데, 이들도 그냥 돈만 쓰고 현지에서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돌아와야 합니다.

 

4. 언론 보도는 어떻게 다른가?

- 경향, 동아, 조선일보가 이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각 언론의 관련 기사 제목입니다.

 

동아 = “민생 챙기고 정쟁 차단순방 미뤄디올백 여론 악화 우려한듯(3)

한국 = 김 여사 동행 고심하다, 독일·덴마크 순방 나흘 앞 전격 연기(5)

중앙 = 윤 대통령, 독일·덴마크 순방 나흘앞 연기외교가 이례적”(8)

경향 = 윤 대통령, 독일·덴마크 순방 돌연 연기(1)

한겨레 = 윤 대통령, 독일·덴마크 순방 연기(3)

조선 = , 다음주 유럽 방문 연기 순방보다 민생·안보에 주력”(1)

 

전반적으로 이번 순방 연기가 김 여사 때문이라는 점을 여러 출처를 통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조선일보의 제목은 민생·안보 주력이라는 1면 제목 외에도 안쪽 8면 제목도 대통령실 국내외 상황 녹록지 않다총선 앞두고 국정 공백 최소화입니다. 이 제목만 보면, 김건희 여사가 아닌, 국내외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통령이 순방 연기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시각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듯 보입니다.

 

- 사설을 쓴 곳은 경향과 한겨레였습니다.

한겨레 = 출발 나흘 앞 갑작스러운 국빈방문 연기, 설명도 없다

경향 = 윤 대통령 독일 국빈방문 나흘 앞 연기, 무슨 사정인가

 

자세한 내용은 아래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84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