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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읽다가·서평 모음

성호사서 [城狐社鼠]

by 2mokpo 2024. 1. 18.

 

성호사서 [城狐社鼠]

성호사서(城狐社鼠)란 성곽에 숨어 사는 여우와 사직단에 숨은 쥐라는 말이다. 중국 역사서 진서(晉書)’ 사곤전(謝鯤傳)에 나온다.

 

진나라 때 왕돈(王敦 226~324)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무제(武帝) 사위이기도 했던 그는 서진이 망하고 동진이 들어설 때 동진을 지지해 대장군에 올랐다. 이에 원제(元帝)가 그를 견제하기 위해 유외(劉隗) 등을 장군으로 삼자 왕돈은 그를 제거하고자 자신의 장사관(長史官) 사곤(謝鯤)을 불러 의견을 구했다.

유외는 간신이고 역도여서 사직에 피해를 줄 것이다. 이번에 유외를 제거하고자 하는데 장사관은 어찌 생각하는가?”

실은 왕돈 또한 권간(權奸)에다가 훗날 역모를 일으켰으니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었다. 이에 사곤이 말했다.

장군! 안 됩니다. 유외가 우환거리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는 성곽에 숨어 사는 여우요, 사직단에 몸을 감춘 쥐[城狐社鼠]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장군께서 여우를 잡으시려면 성벽을 허물어야 하고 쥐를 잡기 위해서는 불로 태우거나 물을 채워 넣으면 사직단이 허물어질 것입니다.”정작 이 말을 한 사곤 또한 재주는 있었으나 바른 행실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사곤절치(謝鯤折齒), “사곤이 까불다가 이가 부러졌구나!”라는 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겠는가? 지방 고위 관리로 있으면서 이웃집 딸이 아름답다 하여 거문고를 연주하며 꾀려 했으나 여인이 던진 베틀용 북[]에 맞아 이 2개가 부러졌다.

원래 이 이야기는 임금 곁에 붙어 있는 간신은 제거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후 음험함을 숨기고 몸을 안전한 곳에 두고서 나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지칭하는 데 더 많이 사용되었다.

 

중국 속담에

"한 사람이 득도하면 그가 기르던 개와 닭도 하늘에 오른다."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다.

 

근본적으로 자질이 부족하고 능력이 열등한 사람이 연줄 하나에

의지해 권력이나 재물을 누리려 들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권력이 부패하고 재물이 낭비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