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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읽다가·서평 모음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중에서----케테 콜비츠(1867~1945)

by 2mokpo 2011. 10. 24.

나의 작품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구제 받을 길 없는 이들,

상담도 변호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인간들을 위해

나의 예술이 한 가닥 책임과 역할을 담당했으면 싶다." (케테 콜비츠)

망각에 묻힐뻔한 "처절한 봉기"를 되실린 판화

직조공 봉기(1893 ~ 1898)

20세기 전반의 격동기를 뜨겁게 살다 간 독일의 여류 화가이자,

판화의 세계를 독보적인 위치로 끌어올린 판화가,

프롤레타리아 미술의 선구자, 미술의 역할을 사회 속으로 끌어들인 케테 콜비츠 .

20세기 현대미술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세계적인 판화가였던 <케테 콜비츠>는 진정 민중을 위한 예술가였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서 미의 관점에 대해서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케테 콜비츠>가 개척한 현실참여예술양식은

중국에서는 신흥목판화운동,

1980년대 한국에서는 민중판화운동을 불러 일으키는 데 큰영향을 끼쳤다.

 

1844. 이 해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미국의 새뮤얼 모스는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64km 떨어진 볼티모어까지 전선을 설치하고

모스부호로 처음으로 전신송신에 성공했으며,

영국에서는 조지 윌리엄스 등 12명이 YMCA를 처음으로 설립했다고 한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이해 65,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끔찍한 살육이 있었다.

 바로 '슐레지엔 직조공들의 봉기'이다.

 

 

4년 걸린 <직조공 봉기(1893~1897)>연작은

 케테 콜비츠 세계의 한 전형이면서도 당대의 시대미감을 응축시킨 걸작으로 꼽힌다.

<빈곤>, <죽음>, <회의>, <직조공의 행진>, <폭동>, <결말> 등 여섯 점의 판화로 이루어진 이 연작을 실어 본다 

 

 

 

케테 콜비츠 <빈곤(Not)>, 석판(Lithograph printed on yellow chine collE), 1893-1894

 

 

 

1840년대는 산업혁명이 전 유럽을 휩쓴 시기였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경제발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단순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가난을 대가로 치른 발전이었다.

농노제의 최후의 잔재가 폐지되고 영업의 자유가 도입되었건만,

새시대는 농민과 노동자에게 무엇보다도 스스로 선택한 곳에서 굶주리고 뼈빠지게 일할 '자유'만을 주었다.

독일의 직조공들도 그 같은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이 공장주였던 츠반치거에게 감자를 살 수 없을 정도로 임금이 적다는 하소연을 하자

츠반치거가 "풀이 잘 자랐는데 그거라도 먹으면 되겠네"라고 응수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노동자들의 삶이 피폐했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당시 돈많은 자본가들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그로 인해 노동자들은 더욱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다.

여기 이 가정도 그런 극심한 가난 속에 방치돼 있다.

누더기 같은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와 속수무책일수밖에 없는 아버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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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 <죽음(Tod)>, 석판(Lithograph printed on yellow chine collE), 1897

이제 아이는 죽음에 임박한 것 같다.

어두컴컴한 방안에 어머니는 지친 듯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고,

 아버지는 뒷짐을 진 채 모든 걸 체념한 모습으로 망연히 서 있다.

 아이는 이미 죽음의 신 해골의 품에 안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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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 <회의(Beratung)>, 석판(Lithograph printed on yellow chine collE), 1898

 

궁핍으로 비참한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 이상 운명만 탓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던가.

 이제는 행동에 옮겨야 할 때.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그들의 운명에 저항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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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 <행진(Weberzug)>, 동판(Etching and sandpaper aquatint), 1897

 

그리고 마침내 직조공들은

 자신들의 생산의 수단이자 무기인 곡괭이와 삽자루들을 들고 힘을 합쳤다.

 이 모든 문제를 짊어지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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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 <폭동(Sturm)>, 동판(Etching and mezzotint on wove paper), 1897

직조공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자들의 굳게 닫힌 철문을 향해 돌을 던지고 싸워본다.

 공장주들에게 단지 먹을 것을 달라며 일어섰을 뿐인데,

공장주를 보호하려고 출동한 프로이센 보병대는 직조공들에게 먹을 것 대신 총알세례를 퍼부었다.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무릎에 총상을 입은 여덟살 소년, 머리가 박살난 여성

 열 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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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Ende), 동판(Etching, aquatint, and sandpaper ground on wove paper), 1897

이들의 봉기는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는 것만 같았다.

 성공한 혁명이면 몰라도, 실패한 봉기 따위를 그 누가 기억하겠는가.

하지만 약 50년이 지난 후,

이들의 투쟁은 한 걸출한 화가의 손에 의해 재현돼 다시금 우리곁으로 다가오게 된다.

 

 

 

 석판과 부식동판의 기법을 사용하여 4년씩이나 걸린 <직조공 봉기(1893~1897)>연작은

 케테 콜비츠 세계의 한 전형이면서도 당대의 시대미감을 응축시킨 걸작으로 꼽힌다.

 <빈곤>, <죽음>, <회의>, <직조공의 행진>, <폭동>, <결말>

여섯 점의 판화로 이루어진 이 연작을 시작으로,

 케테는 평생 가난한 이들과 학대받는 이들의 친구로서 행보를 계속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