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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정원의 꽃과 나무 이야기

물봉선

by 2mokpo 2011. 9. 1.

 

 

 

 

이 꽃의 형태는 한 마리의 물고기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입을 크게 벌린 물고기이며 꼬리가 돌돌말린 용두사미형의 물고기--

아니면 카이저수염---처럼

 

물봉선의 특징은 꽃의 암술과 수술로 부터 뒤로 한참 물러나서

도르르 말려있는 끝 부분인 꿀 주머니에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꽃의 향기를 맡고 찾아온 벌이

신경질적으로 물봉선의 꼬리를 물어 뜯어 꿀을 끄집어 내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

 

물봉선의 꿀 자루가 앞으로부터 멀리 말려있을 수록

나비나 벌은 꿀을 빨아내기 위하여 꽃 안으로 고개를 드리 밀게 될 것이고

그럴수록 나비나 벌의 머리에는 꽃가루가 많이 묻을 터이니 물봉선의 구조는 나비와 벌의 관계에서는 합당합니다.

또 사진에서 보듯이 꽃 잎의 아래가 넓어 찾아오는 벌과 나비가 편히 앉아

깊숙한 곳에 있는 꿀을 먹기 좋게 하여야만 종족보존을 할 수 있어

배려인지 유혹인지 생각은 자유입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이 땅 계곡에는 어김없이 핏빛 <물봉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봉선>도 같은 과로 속하는 <봉선화>처럼, 건드리려 하면 씨앗을 터뜨리는

탄력성 씨방을 가져서인지, 꽃 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건드리지 않겠습니까?

비탈진 습지에 곱게 피어나는 <물봉선>을  소화나 뱀독을 해독하는데,

옷감을 염색하는데 요긴하게 써왔다고 합니다.

 

건드리지 말라고 해도 건드리는 대상이 <물봉선>만은 아니겠으나,

<물봉선>은 어딘지 모르게 애달픈 느낌이다.

 

이름도 비슷한 봉선화 때문일까.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습이 처량하다.”고

서글프게 노래하는 봉선화는 <물봉선>과 달리 이 땅의 자생종이 아니고

<물봉선>이 우리의 토종 꽃입니다.

 

원예용으로 도입해 울밑에 심었다.짓이겨 백반과 섞은 꽃잎을 손톱에 가만히 모아놓아

분홍색으로 물들이곤(아내도 올해 또 물을 드리더군요) 했는데,

손톱에 물들이는 행위가 마치 이루지 못할 약속을 의미하는 듯했고,

손톱이 자라면서 분홍색이 사라지는 걸 어린 우리네 여인들은 퍽 아쉬워했다.

그런데,

봉선화는 왜 울밑에 심었을까.

<물봉선>이 그렇듯 봉선화도 약한 독이 있다.

봉선화가 내놓는 독이 뱀을 차단할 것으로 믿었다는 속설이 그를 증명한다.

<물봉선>

60센티미터 정도 높이의 한해살이 풀입니다.

 

활짝 펼친 치마폭처럼 넓은 아래 잎의 가장자리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져 말리고,

자주색 반점이 흩어져있습니다.

물봉선 꽃잎은 붉은 색, 노랑, 흰색도 있지만 붉은 색이 가장 많더군요.

가야물봉선이라는 녀석도 있고요---

 

햇살 내리는 늦여름,

우리의 산골 여기저기를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물봉선>.

오늘도 이 땅 계곡 여기저기를 단장하며 곱게 피어있지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언제 서러운 꼴을 당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풀잎 하나라도 보호해야 할 날이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