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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걱정 입니다

by 2mokpo 2011. 4. 10.

국민들의 방사능 걱정도 ‘불순세력’ 탓이라니 

국민들에게 확산된 방사능 불안감에 대해 한나라당이 뜬금없이 ‘국가전복 세력’ 타령을 하고 나섰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불안감을 조성하는 불순세력이 활동하고 있다”며

“국가 전복을 획책하려는 세력에 당당히 맞서 제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정책위의장도 “언론의 호들갑”을 지적한 뒤

“이번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대선에서 누가 피해를 보겠느냐”고 맞장구를 쳤다.
한마디로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들이다.

국민이 방사능을 걱정하는 게 모두 불순세력의 농간과 선동에 놀아난 탓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색깔론과 음모론을 좋아한다고 해도 국민을 바보천치로 여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발언이다.

방사능에 대한 국민의 공포가 더욱 커진 것은 따지고 보면 정부의 책임이 크다.

애초 정부는 ‘편서풍’이니 ‘지구 반바퀴’니 하며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없다”고 발표했으나

이런 호언장담은 거짓말이 돼버렸다.

그 뒤로도 정부의 말 바꾸기와 혼선은 계속됐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을 장담해도 국민이 쉽사리 믿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위험요인이 발생했을 때 집권여당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는지 등을 감시하고 독려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임무는 내팽개치고 오히려 국민을 향해 호들갑을 떤다고 나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나라당은 내심 국민의 방사능 공포가 2008년 광우병 사태와 같이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더욱 번지수가 틀렸다.

제2의 촛불사태를 막으려면 국민과 정부 간에 신뢰를 쌓고 소통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그런데 엉뚱하게 언론의 과장보도와 불순세력 탓이나 하고 있으니 또다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최근 한나라당 안에서는 위기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 등에서 참패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방사능 불순세력’ 발언을 보면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위기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드러난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나 들먹이는 한 위기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펌 : 한겨레신문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