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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할 길 --/자연, 환경, 숲

12.한반도 숲의 변천사

by 2mokpo 2009. 9. 8.

한반도 숲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왜 물을까? 단군 할아버지의 신단수(박달나무)를 생각하면 우리 민족은 유난히 나무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우리가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 땅의 숲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지금은 생태와 환경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대가 아닌가? 그래서 이 글에서는 지질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숲이 어떻게 변해 왔고, 인간이 등장한 이후로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지질시대는 시생대, 원생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라는 순서를 거쳐 왔다.


이 중에서 시생대와 원생대는 생물화석이 많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은생이언이라고 하고, 고생대부터 생물화석이 풍부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현생이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땅에 숲이 덮인 시기도 고생대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약 5억6천만년 전부터 약 2억4천만년 전까지인 이 때에는 우리가 지금 보는 숲과 매우 다른 모습을 띠었을 것이다. 고생대 중에서도 거대한 숲은 석탄기에 발달하였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게 해준 석탄은 이런 숲이 땅 속에 묻혀서 수억년을 지낸 것을 캐낸 것이다. 하지만 그 때 숲 속에서 자란 나무의 이름은 생태 전문가가 들어도 낯설기만 한 것이고 고생대 말에 와서야 은행나무가 겨우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 사람떠난 숲 관목등 번창 -

약 2억4천만년 전부터 약 6천5백만년 전까지인 중생대에 들어와도 아직 이름모를 나무가 훨씬 더 많은 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로 소나무, 전나무 등이 조금씩 섞여서 자라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피자식물도 진화하여 버즘나무, 버드나무, 사시나무, 녹나무 등과 같은 큰키나무들이 상층을 덮고 생강나무, 두릅나무, 분꽃나무, 감탕나무, 장구밥나무와 같은 떨기나무들이 하층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등 점점 우리에게 친숙한 숲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약 6천5백만년 전부터 시작한 신생대는 제3기와 제4기로 다시 나뉘는데, 환경변화가 심했던 시기로 자연 환경이 바뀜에 따라 원래 자라던 숲이 없어지고 새로운 숲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에 가로수나 조경수로 많이 심고 있는 히말라야시다는 신생대 3기 마이오세(약 2천4백60만~5백10만년 전)에 나타나 약 200만년 전인 제4기 이전에 사라져 지금은 외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지금 ‘미송’이라며 북미에서 많이 수입하고 있는 슈도쑤가, 조경수로 도입하고 있는 메타세쿼이아, 금송, 낙우송 등도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부터 제4기 플라이스토세까지 번성하였으나 지금은 한반도에서 멸종하였다.

이들은 제4기 플라이스토세 후반에 나타난 빙하기에 따른 기온 한랭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절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문비나무와 향나무는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에 출현하여 제4기 플라이스토세를 거쳐 현재까지 자라고 있고 중생대에서부터 이 땅에 나타난 소나무와 전나무도 제4기 플라이스토세 후기에 분포역이 확장되었는데, 이는 플라이스토세의 한랭한 기후에 이들이 잘 적응한 결과로 보인다.

- 온난화등 환경에도 수난 -

한반도 숲의 변천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소나무의 분포변화이다. 소나무는 중생대 백악기에 한반도에 출현한 이래 가장 성공적으로 환경에 적응하여, 그 시대에 나타난 종류 중 전나무와 함께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종일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난대에서 한대 고산지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널리 분포하고 있다.

한반도에 인간이 등장한 이후에는 숲이 어떻게 변했을까? 동해안에서는 1만년 전에서 2,000년 전까지 참나무 종류와 소나무 종류가 우점하였으나 그 후 소나무 속이 더 번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안에서는 6,250년 전부터 1,500년 전까지 오리나무 종류가 우점하였으나 그 이후로는 소나무가 두드러지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농경의 영향 때문인지 자연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인지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지 않는 지금은 소나무가 활엽수와의 경쟁에 밀리면서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금송·낙우송은 벌써 멸종 -

이를 두고 지구온난화를 거론하는 학자도 있고, 사람이 숲을 관리하지 않아서 어린 소나무가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숲의 변천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에 함부로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나무는 송충이 피해를 엄청나게 받다가 솔잎혹파리의 피해를 전국적으로 입었고 지금은 소나무 재선충이 침범하여 에이즈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우리를 긴장하게 하는 것은 지난달 처음 발견된 참나무시들음병이다. 소나무에 이어 우리 숲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나무인 참나무까지 당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 숲이 이렇게 몸살을 앓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직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단편만 보지 말고 이제는 생태계 차원의 진단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지금 외래종이 도도하게 침범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도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외래종이라서 없애라는 나무들도 지질시대에는 이 땅에서 자랐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생태계 차원의 진단에서도 10년이나 100년을 단위로 체계적으로 내다보고 지방에서부터 한반도, 그리고 동북아시아 등과 같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자료출처 : 경향닷컴 2004년 9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