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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정원의 꽃과 나무 이야기

노루귀

by 2mokpo 2008. 2. 5.

저녁 어스름의 봄눈 몇 낱이 어느새
폭설로 이어진다, 세상의 경계를 지우며
목마르게 만나가 내리는 것은
하늘에서 성만찬이 있는 날,
그런 날은 눈밭에 발자국을 남길 수 없다
눈이 부시다, 하늘 아래 펼쳐지는
白書,
한참 물오른 풀 몇, 무릎 꿇고 엎드려
하나님이 뚝뚝 떡을 떼시며
지상의 입을 향해 던진 문자를 받아 먹는다
쉴 새없는 솜털 같은 상형의 행렬이
두 눈 가득 죄를 포획하려 하는 한
나는 눈 뜨고 읽어 내려갈 수 없다
저 땅 위에 반짝이던 문자들
흐물흐물 체온을 잃어가면
너는 목젖을 열어 피를 적시곤
한올 한올 꽃을 올리는구나

아지랑이 같은 봄의 실루엣
目下, 백서 위로
꽃대를 올린 노루귀의 분홍빛 答書!


시 靑林 한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