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벗어난 시간 --/읽고·서평 모음 87

식물학자의 노트

노란색 바탕인 책 표지에 여름꽃인 산수국의 세밀화가 눈길을 끄는 책. 책을 읽기 전에 조금 훑어보면서 보는 식물 세밀화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세밀화며 내가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보아왔던 식물들을 떠올리게 했다. 저자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세밀화와 함께 식물의 다양한 모습들을 본인이 직접 조사하고, 연구했던 식물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식물의 씨앗부터 기공, 뿌리, 줄기, 꽃, 열매까지 각각의 역할과 의미를 살피고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세밀화는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주는 듯 하다 올 여름 힐링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국과 산수국의 일생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작가의 대단한 관찰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내용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

전라도 닷컴 2022.1

덕분에, 서로 그 맘으로 살아 “옛어른들이 하는 말씀이 있어. 사람은 항시 속아서 산다고. 올해 실망을 했더라도 내년엔 잘 될란가 하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 누구나 잘 할라는 맘을 묵지, 못 할거라고 맘묵은 사람은 없어. 실망시론 결과가 나와도 또 희망에 속아야 힘이 나는 거여.” “ 벌로 안봐. 애린 것들은 다 이쁘지. 사람도 곡식도 기르고 키우는 것들은 다그래. 한없이 귀하고 이뻬.” 허투루 보지않고 건성으로 대하지 않고 귀히 여기고 귀히 대접하는 마음이 ‘벌로 안본다’는 그 말씀에 깃들어있다. 마땅히 부끄러워 해야 할 일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잃고 사는 세상에서, 별것을 다 “부끄러움의 내력‘으로 간직하고 살아온 할매. 딸 셋 아들 둘, 오남매를 낳고 키웠다. “짐장할 때면 자식네들 다 와서 떼죽..

앙겔라 메르겔

메르켈 리더십 지난 세밑에 〈메르켈 리더십〉이란 책을 아내가 사 달라고 하여 사는것은 쉬운데 나에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구매를--- 돋보기를 써도 글씨가 작아 읽기에 조금 불편 할 것 같지만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내는 다 읽은 다음에 서로 이야기 하자는데 왠지 겁이난다 -ㅎㅎ 아래글은 시사인에서 발췌 "정치인도 아니고 리더도 아니지만 앙겔라 메르켈이란 한 성실한 삶을 보고 나니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살아 있는 한 무슨 일인가를 하는 게 인간이므로,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도리다 싶었다. 메르켈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정치가 육상 같은 기록경기라면 앙겔라 메르켈은 역사에 남을 대기록 보유자다. 독일 역사상 최연소 장관이자 최초의..

당신을 위한 클래식

일반인에게는 클래식하면 어렵기만 느껴진 음악일 것이다. 나 역시 클래식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지만 들어보면서 곡이 참 좋구나 하고 느끼거나, 귀에 익은 음악 몇 곡이 클래식 이었구나 하는 음악 들이 몇 곡 있다. 생각해 보면 모르고 들었던 클래식은 아무 의미 없이 그냥 들었던 음악이었고, 요즘은 뭔가 혼자만의 생각이 필요할 때나, 클래식을 통해 뭔가 느껴보고 싶어 방송을 듣는 편이다. 이기적으로 필요가 있을 때 듣는 음악정도?--- 뭐라고 표현 하기어렵지만 오래전에 모르고 들었던 클래식과 요즘 듣는 클래식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은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참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책인 것 같다. 클래식이 품고 있는 정신, 가치, 당시 음악가들의 삶, 숨은 이야기들 등.. 여러 분야의 이야..

무서운 여자

세상에 둘 뿐 이제 많은 돈은 필요치 않아요 그러다 더 아프면 무슨 소용인가요 괜찮다 말하지 말고 아프다 말해도 돼요 웃는 얼굴 보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어요 나이가 들면 정으로 산다 했던가요 그러니까 아프다 말해도 돼요 그 말 들어줄 수 있는 사람 세상에 둘 뿐이라 생각하면 되잖아요 나는 그대에게 아프다 말할 겁니다. 무서운 여자 술 마셨다고 눈 흘기지만 아침이면 콩나물 해장국과 분홍 입술 내미는 여자 먼 길을 떠나는 날에 언제 오느냐고 묻지도 않고 지갑을 채워 놓는 여자 사는 동안 잊지 않고 미역국을 끓여 주며 미워 죽겠다 호들갑 떠는 여자 아주 심심한 저물녘에 늙지 마요 타박하며 얼굴 주름 살살 닦아주는 여자 어쩌다 설거지해놓으면 정말 착해요 하며 아들인 양 엉덩이 토닥이는 여자 빈 통장인 줄 뻔..

여덟 단어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단순히 ‘비발디 좋지, 바로크알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그거 영화(엘비라 마디칸>에 나오는 건데’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알려고 하기 전에 우선 느끼세요. 우리는 모두 유기체 잖아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 다음에는 막힘없이 몸과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저의 경우 클래식 음악을 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대학 때였습니다. 어느 날 친구 집에 맥주나 한잔 하자고 놀러 갔는데 커다란 오디오가 있었어요. 친구가 LP를 하나 걸어..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지은이 : 레이첼 클라크

죽음을 앞둔 환자들로부터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고 자부하던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비로소 깨달은 삶의 의미를 담은 책이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가운데 “님로드”를 바렌보임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공연으로 보여주고 부모님의 얼굴을 타고 흘러 내리는 눈물이~~~p20 그가 80년간 숨겨 온 비밀을 마지막 순간에 털어놓은 이유 ‘아서’라는 한 남자가 임종의 순간에 자신을 피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다. 학창 시절에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의심이 들긴 했어. 하지만 아니라고 계속 아니라고 부정했지. ‘아서’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하는 것은 폐가 망가진 사람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베릴은 남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멋진 ..

살아 보니 그런 대로 괜찮다

세수 “남 보라고 씻는가?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기 사람 마음이다. 그기 얼마나 가겠노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라꼬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 거 아이가. 안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낯을 왜 만날 씻겠노?” 18 쪽 제 길 선생님이신 아들에게 한 어머님 말씀 니는 아이들이 말 안 들어도 넘 아이들을 니 맘대로 할라고 하지 마라이. 예전에 책만 보면 졸고 깨면 낙서하는 아아가 있더란다. 선생이 불러내어 궁디를 때리고 벌을 안 세웠나. 그 아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자세히 보니 손꾸락으로 눈물을 찍어서 그림을 그리더란다. 산도 그리고 새도 그리고 --그래서 선생이 썽이나서 멀캤단다. 에라이 이 망할 넘아. 니는 그림이나 그리서 먹고 살아라! 그카니 세상에!..

검찰, 정치에서 손떼라

‘퇴청’보다 ‘틀릴 수 있다’는 말을 곱씹었다. 정경심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송인권 부장판사의 말이다. “검사님은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습니까! 재판부 지시 좀 따라주세요! 자꾸 그러면 퇴청 요청할 겁니다!” 송 판사는 알고 있다. 다른 법관, 변호사, 심지어 검사들도 알고 있다. 검찰이 무오류 신화에 빠져 있다는 것을. ‘특수통’ 검사들이 더 그렇다. 수사 개시부터 피의자에 대한 유죄를 염두에 둔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법원 탓이다. 불구속 기소라도 한다. 1심에서 무죄가 나면 재판부가 증거를 잘못 판단한 탓이다. 항소한다. 2심에서도 무죄가 나면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한 탓이다. 상고한다.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면 정황상 유죄라고 우긴다. 재심 사건에서도 무오류 신화는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