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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이후 --/살아가는 이야기

만 3년

by 2mokpo 2019. 5. 28.




2016년 5월26일

쉼터를 옮긴 날 입니다.

이제 만 3년 되었습니다.


봄볕 아래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오월은

여왕 소리를 들을 만 합니다.

봄이 더딘 우리 집 마당도 오월입니다.

 

정원의 봄은 꽃들이 나비와 곤충을 유혹합니다.

꽃이 피는데 곤충의 움직임이 없으면 봄이라 할 수 없겠지요.

 

이런 오월을 꿈만 꾸고 살 수는 없습니다.

이웃 농민들의 현실은 숨 가쁘기만 합니다.

이 시기에 이뤄지는 모든 일이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논에 퇴비도 뿌리고 못자리를 만들고,

모종을 내고, 밭에 거름을 주고 씨를 뿌려야 합니다.

 

농사일이란 때가 있습니다.

마당 한쪽의 텃밭도 갈아엎지 않고 씨를 뿌릴 수는 없습니다.

거름을 내어 텃밭에 주고, 한판 뒤집기를 해야 합니다.

 

3년을 살아보니

모든 일은 정해진 절차를 따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순서를 뒤바꿀 수 없으며, 나중으로 미루거나 건너뛸 수도 없습니다.

 

아카시 꽃이 필 때면 참깨를 심어야 한다는

시골 할머님의 말씀이 올해도 생각납니다.


식물은 조금 서둘러 심었다간

밤에 내린 서리에 얼어 죽고,

늦게 심었다간 수확이 떨어집니다.

이 모든 일이 오월에 이루어집니다.

도시 사람들이 연휴를 맞아 봄나들이를 나설 때

시골에선 부지깽이까지 앞세워야 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농부들은 땅의 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