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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정원의 꽃과 나무 이야기

참나리의 생존전략

by 2mokpo 2018. 7. 3.

참나리의 생존전략

여름의 대표적인 꽃은 참나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참나리는 주변 잡초들 보다 우뚝 솟아 무리 지어 큰 꽃을 피우고 키가 커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며 자태 또한 우아합니다 

옛날에는 집마다 화단에 참나리 꽃이 한 무더기씩 피곤했는데 요즘 시골 마당에는 시멘트로 덮어져 있어

집안에서는 볼 수가 없고 시골 길가에서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깨끗한 마음" "순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참나리는 외떡잎식물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열매는 맺지 않으며

잎겨드랑이에 있는 주아가 땅에 떨어져 번식합니다

호랑나비에게는 붉은색을 식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호랑나비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꽃의 색깔은 주로 붉은색이 많습니다.

  

다음은 일본인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풀들의 전략> 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참나리의 생존전략 1

"참나리의 가루받이 매개자는 호랑나비다"

참나리류가 대개 붉은 색깔의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은 호랑나비에게 꽃의 크기나 빛깔을 맞추고 있다

아름답고 화려하다는 점에서는 사람들은 나비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고 있지만 꽃의 처지에서 보면

성질이 고약한 덩치 큰 도둑일 뿐이다

나비는 빨대 같은 긴 입이 있기에 수술이나 암술을 건드리지 않고 꿀만 훔쳐 먹고 날아가 버리면

가루받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종족 보존을 위해 무슨 수를 써야 한다

이는 나비 외에 달리 꽃가루 운반을 맡길 곤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종의 술수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전략일까요?

 

생존전략 1

참나리의 꽃은 아래를 향해 피기 때문에 호랑나비가 꿀을 빨기 어렵고 더욱이 수술이나 암술은 길게 튀어나와 있다.

그래서 참나리를 찾아오는 호랑나비는 수술이나 암술을 발판으로 궁색하게 매달려서 날개를 파닥이며

힘들게 꿀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꿀을 빠는데 몰두해 있는 동안에 호랑나비의 몸은 꽃가루 범벅이 되어 버린다.

아주 성질 사나운 처사로 볼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꿀 도둑인 나비에게 꿀만 뺏기기 때문에

참나리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참나리는 수술에도 장치 한다.

꽃가루가 잔뜩 붙어 있는 꽃밥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수술은 "T"자 모양이다

자루걸레의 끝처럼 어떤 각도에서 나비의 몸에 닿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거기다 꽃가루에는 끈기가 있어 나비의 몸에 쉽게 붙는다.

참나리 꽃가루가 옷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는데 이 때문이다.

한편 암술 끝에서도 점액이 나와 수술의 꽃가루가 달라붙기 쉽게 되어 있다

 

참나리의 생존전략 2

멧돼지 같은 짐승들에게 덩이뿌리를 방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쓸까?

참나리의 덩이뿌리를 노리는 도둑도 있다. 참나리류의 덩이뿌리에는 전분이 풍부하고 아린 맛도 적고 맛이 좋다 

이 맛있고 영양가 풍부한 덩이뿌리를 멧돼지와 같은 동물이 노리는 것이다.

이것은 꿀 도둑 정도의 소란이 아니다.

덩이뿌리를 빼앗기면 참나리는 목숨을 잃고 만다

참나리도 당하고만 있지 않다. 덩이뿌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건 작전을 결행하는 것이다

 

참나리의 덩이뿌리에는 덩이뿌리 아래쪽으로 나오는 뿌리와 덩이뿌리 위로 나오는 뿌리가 있는데

아래로 나오는 뿌리는 별명이 견인근 이다.

아래 사진  참조


 

말 그대로 견인 곧 끌어당기는 뿌리다

어떻게 끌어당기는가?

땅속 깊이 뿌리를 뻗은 뒤 움츠러들며 덩이줄기를 땅속으로 끌어당긴다

그렇게 참나리는 멧돼지 같은 것들이 덩이뿌리를 쉽게 파 갈 수 없도록 땅속 깊이 숨기고 있다

 

참나리의 생존전략 3

참나리는 다른 식물과는 달리 덩이뿌리에서 바로 싹을 내지 않고 싹이 나오기 전에

덩이뿌리에서 조금 옆으로 뻗으며 싹을 틔우다

그래서 차츰 영역을 넓혀 간다. 이렇게 덩이뿌리의 위치를 알 수 없도록 위장하는 작전을 쓴다

이렇게 하고도 덩이뿌리 위치가 들켰을 때는 자폭할 수밖에 없다.

참나리는 한자로 백합(百合)이라 쓰는데 이것은 참나리의 덩이뿌리가 수많은 껍질 비늘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멧돼지 같은 것에 먹혀 버릴지도 모를 순간에 처하면 백합은 덩이 모양의 뿌리를

얇은 조각 껍질로 해체해 버린다

둥근 모양을 버리고 조각조각 흩어져 버리는 것이다

동물들이 노리는 것은 둥근 덩이뿌리기 때문에 작은 조각으로 흩어져 버리면

다 먹지 않고 일부는 내버려 두고 떠난다.

이렇게 난리가 지나가 뒤에도 살아남은 덩이뿌리 조각은 그 자리에서 다시 뿌리를 뻗으며

새로운 덩이뿌리를 만들고 싹을 틔운다.

 

"백조의 물 위 모습은 더없이 한가해 보이지만 물속의 발은 바쁘기 그지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남달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참나리 꽃도 우아하게 보이지만

그 우아함을 얻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자료출처 : 풀들의 전략/이나가키 히데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