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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모셔온 글 모음, 어록

전라도 할매들에게 <단골>이란

by 2mokpo 2015. 12. 27.

전라도 할매들에게 <단골>이란

장성단(나주 영산동) 할매의 딘골 철학
“걸음발 애낄라문 여그서 사불겄어. 글도 아는 사람한테 갈아줄라고. 싸게 줘서가 아녀.

단골인디 안 가문 서로 서운허제.”

 

함평장에 나온 할매의 단골 철학
“인데까 지비 뒤꼭지만 찾고 돌아 댕겼당께. 장을 한 바꾸를 다 돌았네.

나는 생전 딴디서 못사. 꼭 지비 한테만 사제.”

혈서를 쓴 적은 없다만, ‘단골’이라고 문신을 한 적도 없다만,

그처럼 굳센 의리를 당연히 지켜오는 할매에게 ‘단골’이란 누가 호객을 하든 말든 어디서 폭탄세일을 하든 말든

‘생전 딴디서 못 사는’ 그 마음을 변치 않는 사람. 신용과 정직을 받들어 장사하는 이에게 단골은 의리를 지불한다.

그리하여 돈과 물건이 오가는 거래에 ‘마음’이 깃들고 ‘관계’가 싹튼다.

“우렁 창시같은 속을 지피지피 찾아들오셔.”

 

함평장 신발가게 정동인·김순례 부부에게 단골이란

아무리 깊고 옹삭시런 데 찡겨 있는 가게일지라도 그 우렁창시 같은 속을 꿰고 지성스럽게 찾아 드는 이들.

 

나주 남평장 정금숙 할매네 옷가게에 들어선 단골 조복순 할매의 일성은

“지비 집이 귀빠진(외진) 디라도 내가 기언치 찾아온가 안.”

‘기언치’라는 불굴과 불변의 자세가 단골의 품격을 완성한다.

 

강진장에서 김과 김파래 자반을 파는 하경심 아짐은 비닐 봉다리를 열고 정량을 담고 나선 정해 놓은 듯

 꼭 세 번씩 손을 더한다. 슬렁슬렁 담는 법을 모르고 꽉꽉 눌러 담는 법만 안 것이 단골 모은 비법.
“정 주고, 맘 주고, 사랑도 주고. 어따 많이 줘부네. 나는 뭣 묵고 사까, 하하.”
전라도 닷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