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이야기 --/신윤복(혜원)

연소답청

2mokpo 2013. 3. 6. 17:01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조선은 신분질서가 엄격한 사회였다.

반상을 구분하여 위와 아래를 나누고

남여 사이에 위계를 두어 누가 위인지를 분명히 했다.

즉, 신분상의 차별이 상식이었던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공히 사회적 역학관계일 뿐,

내방 남여 사이의 역학관계는 다르게 작동한다.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약자 아닌가.

조선 후기 화원출신 화가 혜원 신윤복이 그린 '연소답청'은

이것을 아주 감칠맛 나게 잘 보여준다.

연소답청은 반가의 젊은 양반이 봄나들이를 간다는 의미이다.

혜원은 채색을 자제해 단순하게 그린 바위 위로

진분홍의 진달래가 은연 중 눈에 들어오게 하는 절묘한 구성으로 봄을 표현했다.

이 장면은 봄나들이를 가기 위해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의 광경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커플은 제일 먼저 도착했는지

오다가 꺽은 진달래꽃을 트레머리에 꽂고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다.

그녀와 짝을 이룬 남자는

그녀가 탄 말의 고삐를 잡고 숭배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이 남자는 자기가 부리는 말구종의 모자까지 뺏어 쓰고

허벅다리에 줄까지 동여매고 있다.

이 양반의 말구종은 맨 뒤에서 찡그린 표정으로

주인의 갓을 감히 쓰지도 못하고 터벅거리며 걸어오는 남자일 것이다.

양반이 하인의 모자까지 쓰고 있는 모습에서

사랑의 역학관계는 사회적 신분질서를 뒤집고 있다.

마치 '당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나는 양반이지만 당신의 말구종이라도 될 것 이오'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애인을 위해 곰방대를 갖다 바치고 있는 뒤 커플 또한 매양 일반이다.

애교 섞인 눈웃음으로 심부름시키는 기녀와

그녀의 부름에 답하는 표정으로 두 손을 모으고

몸종처럼 그녀에게 다가가는 젊은 양반의 모습에서도 역시 남자가 약자이다.

그리고 아래 커플은 약속시간보다 늦었는지

갓이 뒤로 제쳐 진 채 옷자락을 휘날리며 어린 말구종을 재촉해 허겁지겁 오고 있다.

연소답청은 이렇게 늪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간차를 두고 수렴되는 구성의 그림이며

그에 맞는 커플의 이야기가 많은 그림이다.

 

신윤복은

조선 상류사회의 유흥문화와 풍속을

남녀상열지사의 관점에서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으며

이 속에서 조선후기 지배계급의 사생활과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말을 그릴 때도 역시 신윤복스럽다는 것이다.

이렇게 섹시한 눈을 한 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색기를 어여쁘게 그려내고 있는데,

이것이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무의식적 감수성에서 나온 것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출처:일간스포츠
▲오현미(40)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