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이야기 --/김홍도(단원)

타작도

2mokpo 2012. 12. 30. 21:08

 

김홍도의 <타작도>는 개상에 볏단을 내리쳐 알곡을 털어 내고 있는 대여섯 명의 소작인들과,

그 뒤편에서 이들을 감독하는 마름이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농부의 표정들이 모두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어서 힘든 노동의 현장이 오히려 여유롭고 유연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타작도〉는 지주의 땅에서 소작하는 농민들과

이들을 감독하는 마름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린 그림이다.

마름은 지주의 토지가 있는 곳에 상주하면서

추수기의 작황을 조사하고 직접 소작인들로부터 소작료를 징수하여

일괄해서 지주에게 상납하는 것을 주된 직무로 하고 있다.

그러한 직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마름은 지주의 입장에 서서

소작인들을 독려하기 마련이고,

소작인들은 피해 의식을 느끼며 싫든 좋든 간에

그의 요구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소작인과 마름은 현실적으로 볼 때 상호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마름의 요구에 의해 알곡을 지주에게 바치고 나면

겨우 연명할 수 있을 정도의 곡식 밖에 가질 수 없는 소작인들로서는

마름이 놀고먹는 중간 착취자로 비칠 것이 당연하다.

〈타작도〉는 이처럼 신분적 갈등과 대립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한 장면에 그린 그림이지만

 격렬한 대립감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이것은 김홍도가 소작인들이나 마름의 어느 한편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런 현실적 갈등의 관계를 초월하는 해학과 중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투쟁보다 중,

갈등보다는 조화를 신봉하는 마음이 해학 정신이다.

해학 정신은 또한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대범함을 추구하는 마음,

즉 미래지향적인 생명력이다.

〈타작도〉를 지배하고 있는 활달하고 건강한 분위기는

과 조화를 신봉하는 해학 정신과,

사실보다 절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관조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 해학의 차원에서 보면 갈등과 대립이 있을 수 없고,

관조하는 태도로 사물을 보면 절대 평등과 조화만이 있을 뿐이다.

〈타작도〉는 갈등 관계에 있는 농부들과 마름을 그렸으되,

둥글넓적한 얼굴에 동글동글한 눈매를 지닌 농부들의 얼굴은 밝고 소탈하며,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마름의 표정 또한 덤덤하고 유연하다.

더구나 볏단을 내리치는 농부들의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이 연출하는

생동감 넘치는 화면 분위기는

신분간의 갈등이나 대립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여지를 주지 않는다.

<타작도〉에서 풍겨 나오는 이런 밝고 건강한 기운은

김홍도의 다른 풍속화에서도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분위기이다.

〈타작도〉의 바탕에 깔려 있는 중과 해학의 정신은

화원 김홍도 스스로가 깊은 사색을 통해 터득한 것이라기 보다는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 온

한국인들이 선천적으로 공유했던 생활 철학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타작도〉는 김홍도라는 특정 화가의 작품임이 분명하지만,

그 배후에 작하고 있는 정신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있는

한국인들의 집단 정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갈등 보다는 중용의 정신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모두에게

깊이 자리 매김 하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