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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할 길 --/나무 이야기

물푸레나무

by 2mokpo 2011. 7. 20.

 

 

 

 

물푸레나무

                                                       김태정

물에 담근 가지가

그물, 파라스름 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라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라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  

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 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부끄럽게도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푸레나무, 그 파라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라스름 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물푸레나무 빛이 스며든 물

그 파라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인 것만 같아

어쩌면 나에게

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가 물을 파라스름 물들이며 잔잔히

물이 가지를 파라스름 물올리며 잔잔히

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밥을 덜어주듯 다정히

체하지 않게 등도 다독거려주면서

묵언정진 하듯 물빛에 스며든 물푸레나무

그들의 사랑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