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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할 길 --/나무 이야기

동백나무

by 2mokpo 2010. 2. 10.

 

 

                                                                                                                                                                          2010년 2월10일 여수 선소에서

짙푸른 잎사이로 불디붉은 꽃잎과 샛노란 수술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색의 조화는 아무도 흉 낼 수 없다.

꽃이 지는 모습은 보는이들 누구에게나 선영하게 가슴에 남겨 준다.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그 붉은 꽃덩어리가 그대로 툭툭 떨어지기 때문인데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가징 극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곤 하지만 제주도나 일본에서는 불길하게 여기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목이 잘려 사형을 당하는 불길한 인상을 주며 이 나무를 심으면 집안에 도둑이 든다하여 꺼리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서 동백나무 보기가 어렵더군요)

 

일본에서는 이 꽃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연상하여 갑자기 생기는 불행한 일을 춘사( 椿事)라고 한다네요.

춘( 椿)은 동백나무를 가르킨다.

 

동백나무는 동양의 꽃 이지만 서양에 소개되어 인기짱이 되었고 정열의 붉은 꽃으로 시와 노래의 소재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뒤마"의 소설<춘희>와 이를 변형하여 오페라로 한 "베르디"의 <춘희> 가 있다.

<라트라비아타>라고 부른 이 오페라의 주인공 <비올레타>는 한달 동안에 25일은 흰 동백을 5일 동안은 붉은 동백을 들고 사교계에 나오는

창녀였다.

 

잎에서 말한바와 같이 일본에서는 동백나무를 두고 춘(椿)자를 쓰기 때문에 이 오페라의 제목을 <춘희>라고 불렀다.

즉 춘희는 동백나무 아가씨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춘( 椿)자를 쓰면 가죽나무를 이야기 할 때가 많으므로 잘못 해석하면

 

가죽나무 아가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어정쩡한 일본 이름을 쓰느니 이 오페라를 두고 번역하여 제목을 붙이려면

동백나무 아가씨 아니면 원제 그대로 <라트라비아타>라고 쓰는 편이 옳지 않을까 싶다.

이유미의 우리나무 백가지 참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노래말이 생각난다.

"헤 일수 없이 수 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

동백아가씨"

이 나무 꽃의 특이한 점은 조매화(수분을 하는데 벌과 나비가 아니라 동박새라는 새의 힘을 빌림)라는 사실 이다.

 

 동박새와 동백나무 전설

옛날 어느 나라의 임금에겐 왕위를 물려줄 자식이 없었는데.

임금의 동생에겐 두 아들이 있었는데 왕에게 자식이 없을 경우 법에 따라 동생의 큰 아들에게 왕좌를 넘겨야 했었다.

하지만 욕심 많은 임금은 계속 임금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동생의 두 아들을 죽이려고 했는데.

이를 알게 된 동생은 두 아들을 멀리 시골로 보내고 양 아들과 살면서 화를 피해보려 했었다.

그들을 결국 죽였지만 양자라는 사실을 안 임금은 자기 동생과 두 아들을 궁궐 마당에 붙잡아 놓고

동생에게 그의 두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을 했다.

아버지로서 차마 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두 아들을 죽이지 못하고 끝내 스스로 자기 목숨을 버려야 했고 권력욕에 눈이 먼 임금은 더 화가 나

두 아들마저 목숨을 빼앗아버렸다.

이러자 대낮인데도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하더니

밤 처럼 어두워졌고 벼락이 임금의 머리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임금이 쓰러지자 다시 궁궐 안이 훤해지더니 방금 전 동생이 쓰러진 곳에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더래.

그 나무가 바로 나야. 또 곧 하늘에선 두 마리의 새가 내려오더니 내게로 사뿐히 앉았어.

그 새들이 바로 동박새란다. 아버지와 함께 목숨을 잃은 두 아들이 동박새로 변한 거지.

 

 슬프면서도 애절하지만 부자간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내게로 늘 동박새가 날아오는데,

내 꽃 안에는 꿀이 많거든.

동박새가 이걸 먹으러 오고 대신 동박새의 발에 꽃가루가 묻어 이꽃 저꽃으로 옮겨주거든.

만약 동박새가 없었다면 난 번식을 하지 못했을지도 몰라.

내가 꽃을 피울 땐 아주 이른 봄이라서 나비나 벌들이 아직 날지 않아 꽃가루를 옮길 수가 없으니까.

난 동박새에게 달콤한 꿀을 주고 동박새는 나를 여기저기 새 나무로 자랄 수 있게 해주니

서로서로 돕고 사는 거지.

아버지와 아들의 정이 죽어서도 이어지는 걸 보면 동백꽃과 동박새의 전설과 너무나 같지 않니?

진정한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고 공간을 뛰어넘나봐.

이런 피 같은 진한 사랑을 붉은 색으로, 사계절 내내 변치 않는 마음을 푸른 모습으로 세상에 보여주고 있으니 이 또한 전설과 같고----